행정기관의 지속적인 앞산 감시 감독 필요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앞산 전망대 식당 공사를 취재하는 동안 대구 남구청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니 허가를 내준 뒤 지켜보자'였다. 남구청이 '합법'이라고 결정하기까지 대단한 조사를 벌인 것도 아니었다. 업체 말을 그대로 따라 뱉는 남구청을 보며 '소를 벌써 여러 마리 잃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산 전망대 식당은 1989년 남구청으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았다. 그 후 30여 년간 방문객들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이면에는 오수를 그대로 방류했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았다. 4년여 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됐을 때 남구청과 업체는 하루 오수 발생량이 규제 기준치인 2t에 못 미친다며 하수도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해명만 내놨다.
오수 방류 문제는 지난달 2일부터 업체가 식당 재개업을 염두에 둔 전면 개·보수공사를 시작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식당에는 곧 유명 국수 음식점과 카페가 들어선다. 연간 1천만 명이 방문하는 앞산 정상에 깔끔히 공사를 마친 맛집이 들어서면 장사가 더 잘 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그런데도 남구청은 과거 식당의 식수 사용량에 비춰볼 때 공사를 마쳐도 하루 최대 1.4t이 안 되는 오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업자 측 주장만 되풀이하며 하수도법상 문제가 없다고 했다.
1.4t은 당장 과거 이 식당을 운영했던 상인이 계산한 오수 배출량에도 훨씬 못 미치는 양이었다. 동종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 정도면 구청이 앞산 전망대 식당의 뒤를 봐주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누군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큰 논란으로 번지지 않는다면 구청은 안 움직인다"는 말도 들려왔다.
연속 보도를 이어가는 동안 공사업체 관계자는 "돈을 아끼려고 오수를 무단 방류한 것이 아니다. 법적 문제가 없다는 남구청 측 말을 믿고 지금까지 관습적으로 오수를 방류했다"고 털어놨다.
환경오염에 대한 업체의 무관심도 문제지만, 규정에 어긋나지만 않는다면 무사안일주의로 일관하는 남구청의 모습도 모범적이라 보기 어려웠다. 오수 처리 방법에 대해 갖은 문제 제기와 의혹이 나왔지만 남구청 주무 부서는 그저 각 과에 적용되는 법령만을 확인해 보고 안도하기에 바빴다.
이제라도 식당이 정화 시설을 설치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앞산의 환경을 지킬 수 있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오는 2021년까지 490억원을 들여 앞산 관광명소화 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앞산에 올라 탁 트인 대구의 야경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이곳을 전국적인 관광지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앞산은 아름답고 특별한 경관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번 사례처럼 과도한 개발에 따른 앞산 환경오염과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번 오수 정화 처리시설 도입은 해묵은 의혹과 앞으로의 우려를 동시에 잠재울 만한 결정이다.
남구청은 앞으로 앞산 내 시설물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관리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남구청은 지난 3월 앞산 8경을 선정하고 앞산 관광 전략 수립에 온 힘을 쏟을 만큼 앞산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소중한 것은 치열하게 지킬 줄도 알아야 가치를 잃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