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엄마에게 좋은 모유 수유

입력 2018-07-31 13:38:41 수정 2018-07-31 22:00:04

이은실 영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이은실 영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이은실 영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특별한 이유 없이 모유 수유를 꺼리는 엄마들이 적지 않다. 맞벌이 등으로 인해 불가피한 경우도 있겠지만, 가슴이 처지고 유방 모양이 변하는 것을 두려워 하는 마음이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러나 모유 수유가 아기와 엄마에게 가져다 주는 이점을 생각해 볼 때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미국소아과학회와 세계보건기구에서는 모든 영아에게 모유 수유를 권장하고 있다. 생후 6개월까지는 모유만 수유하고, 이후 12개월까지는 이유식을 하면서 모유를 수유하며, 필요하다면 12개월이 넘어서도 모유를 줄 수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모유 수유 주간(8월 1일~7일)을 맞아 모유 수유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 감염과 알레르기 예방

모유 수유를 한 아이는 분유 수유를 한 아이에 비해 장염, 중이염, 뇌막염, 요로감염 등 감염에 덜 걸린다. 저개발국가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모유 수유아는 분유 수유아에 비해 신생아 시기 이후 영아 사망률이 21%나 낮다. 초유를 비롯해 모유 안에 함유된 면역 물질의 효과이다. 모유를 통해 항체와 여러 면역 물질이 전달되며, 모유에 있는 세포의 80%가 박테리아, 곰팡이, 바이러스를 죽이는 대식구이며 이 대식구는 암세포 성장을 억제한다. 또 모유 내에 포함되어 있는 비피더스 인자는 아기의 장 안에 특수한 세균이 자라도록 하여 해로운 세균의 성장을 막는다.

우리나라에서 소아 인구의 25%가 여러 형태의 알레르기로 고생하고 있다는 최근 연구가 있다. 설사, 소화불량 같은 알레르기 반응은 분유와 두유 등 모든 인공영양에서 증가한다. 모유에는 없는 β-lactoglobulin이라는 물질 때문이다.

◆ 아기가 필요로 하는 유일한 식품

모유는 아기를 위한 이상적인 식품으로 첫 4~6개월 동안 아기가 필요로 하는 유일한 식품이다. 아기를 위한 필수지방산, 뇌세포 성장을 위한 단백질 구성요소인 아미노산의 바른 균형을 위한 락토스와 같은 중요한 영양소들을 공급하기 위해 모유 수유는 필요하다.

모유 안의 단백질 훼이(whey)는 질이 좋은 단백질로 소화 흡수가 쉽다. 그에 비해 분유 안의 단백질은 대체적으로 카세인(casein)인데 이는 크고 단단한 덩어리를 형성하여 소화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분유를 먹는 아기들은 오랫동안 배가 고프지 않고 따라서 분유 먹는 시간의 간격이 길어지게 된다.

분유 안에는 모유보다 2배 많은 양의 단백질이 들어 있다. 아기가 필요로 하는 것보다 많은 양의 단백질을 섭취하고 이로 인해 고농도의 단백질 분해 산물이 축적되면 아기의 뇌 발달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모유 안의 지방분은 4% 정도로 다른 동물의 젖에 비하면 낮은 편이지만 아기의 성장을 위해서는 적절한 양이며, 특히 DHA를 비롯해 뇌 성장에 중요한 긴사슬지방산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모유에는 콜레스테롤이 비교적 많이 함유되어 있다. 이 콜레스테롤은 호르몬의 생성이나 신경조직의 발달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모유를 통해 다량의 콜레스테롤을 소화할 수 있으므로 성인이 되어서도 콜레스테롤 관련 성인병에 걸리는 확률이 낮아진다.

◆ 모유 수유아 지능 더 높아!

모유를 구성하는 탄수화물은 유당이다. 유당의 양과 뇌 발달은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어떤 포유동물보다도 사람의 젖 안에는 유당이 많이 들어 있다. 모유와 인공영양은 미량 성분에도 차이가 있다. 구리 및 아연 성분은 모유에 가장 적합하게 함유되어 있다. 모유 안에 들어 있는 철분 역시 분유보다도 훨씬 효과적으로 아기에게 흡수되어 철 결핍으로 인한 빈혈이 잘 발생하지 않는다.

한편 모유 수유아의 지능 지수는 분유 수유아 보다 10 정도 높다. 생후 첫 24주간 모유만을 먹이면 아이의 뇌 발육을 좋게 할 수 있다는 최근 연구결과가 았다.

이은실 영남대병원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신생아의 눈이 초점을 가장 잘 맞출 수 있는 거리는 30~40cm 거리로, 아기를 안고 모유 수유할 때 엄마와 아기의 눈 사이의 거리와 같다"면서 "모유 수유는 아기의 시각 발달에도 도움이 되며, 모유 수유 과정에서 상호작용이 깊어져 애착 형성이 촉진된다"고 강조했다.

◆ 엄마 건강에도 좋은 모유 수유

아기에게 젖을 물리면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 분비를 자극하여 자궁이 효과적으로 수축하게 되어 실혈을 막아 주고, 산후회복을 촉진해준다. 스트레스 호르몬의 수치를 낮춰주는 효과도 있다. 수유 중에는 또 호르몬 변화로 인해 피임 효과가 있고, 유방암과 난소암의 위험이 줄어든다. 엄마가 음식을 많이 먹지 않아도 젖을 생산하고 있으므로 칼로리 활용률이 높아지며, 지방을 먼저 활용하므로 복부비만이 감소하게 된다.

이밖에도 모유로 수유한 여성은 고혈압 발생 위험이 적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모유 수유가 여성 체내의 호르몬과 혈류 등에 영향을 미쳐 고혈압 발생 요인을 줄여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모유 수유 기간은 아이당 1~6개월, 총 수유 기간이 1~12개월 정도일 때 고혈압 발생 위험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움말 이은실 영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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