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페미니즘은 틀렸다/ 오세라비 지음/ 좁쌀한알 펴냄

입력 2018-08-01 13: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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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를 넘어 연대로” 한국의 극단적 페미니즘에 일침

사진은 한국에 극단적 페미니즘의 발단이 된

메갈리아, 워마드로 대표되는 급진적 페미니즘은 극단적 혐오와 결합하면서 '혐오의 미러링'(남성의 여성혐오 행위를 그대로 돌려주는 일)을 양산하고 있다.

이 책은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급진 페미니즘 현상에 대해 도발적 질문을 던진다. 여성운동계와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이를 환영하며 '페미니즘 선봉대'로 치켜 세우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혐오'를 사회운동 도구로 사용하는데 대해 분명히 선을 긋는다. 운동의 동력이어야할 휴머니즘과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저자는 남과 여는 혐오를 넘어 연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과 남성이, 남성과 남성이, 여성과 여성이 분리되면 사회의 기본 틀인 '연대'정신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메갈리아, 워마드로 대표되는 한국의 급진적 페미니즘이 혐오와 결합하면서 남성과 여성, 여성과 여성을 분리해 갈등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사진은 한국에 극단적 페미니즘의 발단이 된
사진은 한국에 극단적 페미니즘의 발단이 된 '강남역살인사건' 추모행사 모습. 매일신문 DB

◆극단적 혐오로 치딛는 한국의 페미니즘

2016년 5월 17일 '강남역살인사건'에 이어 '미투 운동'을 거치며 우리 사회는 도를 넘은 성희롱 문구와 '문재인 재기해(사망한 전 남성연대 상임대표 성재기씨를 빗대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말)' 같은 상상을 초월하는 구호들이 등장했다. 마침내 한국형 페미니즘이 극단까지 온 것이다.

최근 급진 페미니스트들의 천주교 성체 훼손과 같은 페미니즘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책은 한국 여성운동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최근 극단적 남성혐오를 중심으로 하는 메갈리아·워마드의 페미니즘에 관한 문제를 제기한다.

1970년대 미국에서 가부장제 타파와 남성혐오를 외치는 페미니즘이 한국에서 최근 맹위를 떨치는 것과 관련 저자는 "여성의 희생자·남성의 가해자화, 남성 혐오와 미러링, 여성주의 문화 검열, 전용 시설 만능주의, 분리주의, 가부장제 철폐 집착과 같은 낡은 담론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학자들은 메갈리아·워마드와 같은 극단적 페미니즘이 위력을 떨친 사건으로 2016년 5월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을 든다. 저자는 남성 혐오 놀이를 일삼는 엽기 사이트로 시작한 메갈리아 사이트가 심각한 병리 현상으로 가는 과정에 굵직한 여성단체와 정치권, 그리고 문화 권력을 지닌 매스컴과 언론의 엄호에도 책임을 묻고 있다. 이들이 메갈리아·워마드의 주장을 제대로 살피지도 않은 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들을 옹호하는데 급급하면서 급기야 이런 부작용을 낳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최근 촉발한 남성 누드모델 사진 유포 사태에 관해서도 경찰과 검찰이 밝힌 팩트를 보면 진상이 명확히 드러나는데도 불구하고 자기들 주장만 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들의 주장 자체가 일종의 사회 병리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메갈리아, 워마드로 대표되는 한국의 급진적 페미니즘이 혐오와 결합하면서 남성과 여성, 여성과 여성을 분리해 갈등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사진은 한국에 극단적 페미니즘의 발단이 된 '강남역살인사건' 추모행사 모습. 매일신문 DB

◆여성, 남성 연대해 휴머니즘 복원해야

저자는 "'남자들은 잠재적 범죄자' 라고 남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일반화하는 것은 결국 남녀 분리주의로 가자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여성의 피해자화와 남성의 가해자화, 남성 혐오, 페미니즘에 맞춘 문화 검열, 코르셋 이론 등 급진 페미니즘이 극단주의와 결합해 사회를 분열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은 유감스럽게 전체 여성들의 이익과 권리 신장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소수 명망가 페미니스트만 여성 할당이라는 지름길을 통해 권력을 쥐고, 소수 '직업' 페미니스트들은 강의, 방송, 글쓰기로 수입을 얻겠지만, 대다수 여성의 삶은 나아질 게 없다는 것이다. 무의미한 혐오와 논쟁이 난무하는 무대 뒤쪽에는 사각지대에 내몰린 빈곤 여성의 척박한 삶이 존재하는 것이다. 여성운동이 권력에 급급하기보다는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 여성의 삶을 개선하는 시급한 과제에 관심을 두고 나아가 높은 수준의 사회적 평등과 복지를 구축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된 관심이다.

저자는 "여성운동의 눈길은 가장 먼저 빈곤 여성, 가난한 여성 노인, 미혼모, 여성 노숙인 등에게 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국 및 지역 단위 여성운동단체가 이런 문제에 관심을 두었다는 소식은 접하기 어렵다.

극단적 남성 혐오가 전투적 페미니즘이라면, 그 종착역은 완전한 남녀 분리인 레즈비어니즘(lesbianism, 급진적 페미니즘)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급진 페미니즘으로부터 벗어나 무너진 휴머니즘 복원에 나서야 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남성의 문제, 여성의 문제가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상호연관성이 있다. 그래서 여성운동은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다"면서 "어떤 이념을 가진 사회운동 이라도 휴머니즘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지금 여성은 페미니스트가 되기보다 휴머니스트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268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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