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해의 엔터인사이트]예능 MC들의 이동과 영역 확장

입력 2018-08-01 12: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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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
유재석

최근 유재석이 넷플릭스에 이어 tvN까지 진출하며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유재석은 이경규와 신동엽에 이어 강호동까지 비지상파로 진출하는 과정을 보면서도 끝까지 지상파에 남아있던 인물이다. 지상파만 유독 고집했다기보다 콘텐트 기획력과 완성도, 그리고 스케줄까지 고려한 결정이었겠지만 어쨌든 유재석이 톱MC 중에서는 지상파에 가장 오랫동안 머물렀던 만큼 그 행보에 눈길이 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비지상파, 또 넷플릭스와 같은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한 방송 서비스) 플랫폼으로 스타들이 이동하는 건 결국 기존의 지상파 위주 방송 권력 구조가 흔들렸다는 사실의 입증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이어진 흐름이지만 최근 넷플릭스의 가세로 방송계 경쟁구도가 변하고 스타들의 활동반경도 한층 더 확장됐다.

유재석
유재석

#유재석 행보에 방송관계자들 주목

지상파 3사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유재석의 첫 비지상파 나들이는 JTBC였다. KBS 출신인 윤현준 현 JTBC CP와 손을 잡고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으로 비지상파에 발을 들여놨다. 이 프로그램은 준수한 시청률과 화제성을 확보하며 시즌2까지 제작됐다. '슈가맨' 시즌1이 만들어진 2015년 당시, 유재석의 합류 소식은 말할 것도 없이 방송계 안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강호동
강호동

JTBC 이후 유재석은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다. 지난 6월 종영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가 유재석의 첫 OTT 출연작이다. SBS에서 '런닝맨' '패밀리가 떴다' 등을 함께 했던 조효진-장혁재 PD와 함께 한 작품이다. MBC '무한도전'의 종영이 확정된 이후 알려진 기획이다. JTBC에 첫 출연하던 당시만큼이나 방송계 주요 이슈로 부각됐다.

전현무

그리고 최근에는 또 다른 비지상파 채널과 신작을 준비 중이란 사실이 알려졌다. 이번에는 tvN이다. 조세호와 함께 동반출연하며 KBS 출신 김민석 PD가 연출한다는 내용이다. 아직 포맷은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지상파에만 모습을 보이던 유재석의 이동경로는 JTBC-넷플릭스-tvN이었다. 결과적으로 지금 방송계에서 가장 '핫'한 플랫폼을 옮겨 다니고 있는 셈이다. 단순히 톱MC의 선택 자체만 두고 해당 채널들이 '핫'하다는 평가를 내리는 것이 아니다. 다만, 방송 일에 임하는 유재석의 태도를 조금만 알아보면 좀 더 이해가 쉬워진다. 일단 유재석은 평소 자신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중요시하는 인물이다. 캐스팅 제안이 끊이지 않는 국내 정상급 MC인 만큼 출연작 선정 시 꼼꼼하게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들이 많은 편이다. 방송 플랫폼이 늘고 예능 콘텐트 제작도 활발해지고 있지만 성공하는 콘텐트의 수가 그에 비례하는 건 아니다. 많은 콘텐트가 만들어지는 만큼 오히려 실패하는 프로그램의 숫자만 늘고 현실이다. 그러니 정상급 MC의 입장에선 자신의 입지 확보를 위해 실패 확률을 최소화하느라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노릇. 이 와중에 유재석의 선택이 비지상파였다는 것은 그만큼 콘텐트 자체의 힘이 셌다는 말이며, 콘텐트 기획력에 있어 비지상파가 지상파에 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뜻한다.

전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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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규-신동엽, 비지상파 선진출

정상급 MC 중 비지상파 진출을 가장 먼저 타진한 인물을 따지자면 신동엽을 꼽을 수 있겠다. 2006년께 Mnet '톡킹 18금'에 출연했고, 이후 몇 개 프로그램을 거쳐 2010년 이경규와 함께 tvN '러브 스위치'를 진행했다. '러브 스위치'는 예능계 톱 MC 두 명을 동반 캐스팅했다는 사실 만으로 화제가 됐으며 당시 싱글남녀 매칭 프로그램으로선 신선한 포맷으로 구성돼 호응을 얻었다. 이경규는 '러브 스위치'에 출연하기 전 2009년부터 김구라-김성주와 함께 tvN '화성인 바이러스'의 MC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비지상파가 지금처럼 업계에서 좋은 입지를 확보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었으며, 그래서 해당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MC들의 입장에서도 큰 결심이 필요했다. 지상파에서 활동하던 인기 MC가 비지상파로 들어와 프로그램을 살렸다는 호평을 끌어내는 것이 목표였으나, 자칫하면 고배를 마신 뒤 '지상파에서 통하지 않으니 결국 비지상파로 왔다'는 비아냥을 들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이경규와 신동엽의 비지상파 나들이는 성공적이었다. 물론 프로그램마다 성적은 각각 달랐다. 특히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수많은 프로그램을 소화한 신동엽의 경우에는 특히 출연작 별로 '업 앤 다운'이 뚜렷하게 보인다. 그래도 두 사람이 각각 투입된 프로그램은 MC들의 인지도와 탁월한 진행력으로 인해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두 MC 모두 비지상파에서 거둬들인 성공을 기반으로 지상파와 비지상파 양 쪽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파워를 행사할 수 있게 된 건 엄연한 사실이다. 그저 지상파만 고집하기보다 자신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콘텐트를 찾아 '윈윈 효과'를 누린 셈이다. 지금도 이경규는 평균 4%에서 6%대를 오가는 JTBC '한끼줍쇼', 그리고 국내 최초 낚시 버라이어티로 성공을 거둔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에 출연중이다. 신동엽도 tvN '수요미식회'를 비롯해 지상파와 비지상파의 각종 인기 콘텐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현무

김성주 역시 마찬가지다. MBC에서 퇴사해 프리랜서로 전향한 뒤 tvN '화성인 바이러스' '슈퍼스타K', 그리고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등 비지상파에서 히트작을 내놓으며 지상파까지 활동 폭을 넓혔다. KBS 아나운서 출신 전현무도 JTBC '히든싱어'의 메인MC로 역량을 과시하며 지상파와 비지상파를 아우르는 인기 엔터테이너로 자리를 굳힐 수 있었다.

그리고 MBC '무한도전'이나 SBS '런닝맨', KBS 2TV '해피투게더' 등 지상파 간판 예능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유재석마저 비지상파를 거점으로 택했다. 그만큼 지상파가 기존의 위치에서 내려와 비지상파와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다는 현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실제로 국내 방송계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비지상파 중 여전히 JTBC와 tvN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들어 채널A, MBN 등 타 종합편성채널에서도 종종 히트작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향후 경쟁구도는 더욱 극적으로 치열해질 듯하다. 채널A의 '하트시그널'이나 '도시어부'는 예능계에서 우수 콘텐트라는 호평을 듣고 있는 상황. 심지어는 채널 자체에 대한 이미지가 나쁜데다 히트작 하나 제대로 내놓지 못하는 TV조선마저 상반기 드라마 '대군-사랑을 그리다'를 내놓고 5%대의 벽을 뚫었다. 콘텐트만 좋으면 플랫폼의 인지도나 이미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셈이다. 물론, 투자 및 기획 전반에 걸쳐 타 채널이 JTBC와 tvN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향후 그 외 채널에서 히트작이 나오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여기에 무시무시한 자본력을 무장한 넷플릭스까지 가세했다. 경쟁구도가 복잡해졌다.

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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