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漸入佳境)이지만, 전혀 즐겁지 않다. "이게 나라냐?" 분노는 촛불의 함성을 초래했고,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다. 그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던 문재인 정부는 어떤가. 이미 백척간두에 선 대한민국의 운명을 오히려 더 낭떠러지로 내몰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스럽다.
박근혜 정부 시절 기무사 계엄 문건은 그 폭로의 정치적 속셈 여부를 떠나 대단히 위험하고 부적절하다. 국가 안보의 최후 보루로서 군의 역할은 필요하고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야 한다. 기무사가 권한을 남용해 계엄 문건을 만들고 헌법을 위반해가면서 국회와 언론까지 통제하려고 한 '내용'은,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 대한 모욕이자 반역에 가깝다. 설사 참고 자료라고 하더라도 '감히' 헌법과 법률을 가볍게 여기는 주동자들의 위험한 사고방식은 엄단 되어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과 헌법에 대한 모독은 지금도 계속되는 양상이다. 교육부는 초·중등 역사교과서 최종 개정안에서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 '북한 도발' '북한 인권' 이 세 가지 문구를 삭제했다. 집필자들이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교육 과정 성취 기준에는 '자유'를 뺀 '민주주의'를 그대로 남겨두고, 참고 사항인 해설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을 추가했다. 헌법에 규정된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자유'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빼려다가 반발에 부딪히자 '꼼수'를 부린 것이다. 대한민국과 북한이 대등한 관계이며,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북한의 '인민민주주의'가 다 같은 '민주주의'라는 식으로 미래 세대를 오도시킬 개연성을 의도적으로 남겨둔 느낌이다.
북한인권법에 맞춰 설립된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정부과천청사에서 법무부 내 대표적 한지(閑地)인 용인분원으로 축소 이전하는 것 또한 북한 눈치 보기의 결과로 보인다. 헌법과 법률, (북한 주민의) 인권보다 김정은 눈치 보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일까.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에 대한 보수와 진보의 '이중적 태도'는 어쩌면 현 위기의 본질일지 모른다.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재판 거래 의혹, 기업 원가 공개 등 거의 모든 사회적 이슈에는 '흔들리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있다. "대한민국이여, 대체 어디로 가시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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