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풍석포제련소, 폐쇄나 혁신 외 선택지 없다

입력 2018-07-28 05:00:00

유해물질 배출 혐의로 경북도로부터 20일 조업정지 처분을 받자 행정심판으로 맞선 영풍석포제련소가 48년 만에 외부인에게 공장을 개방했다. 제련소가 낙동강 상류지역 환경오염의 진원지로 지목되자 마지못해 26일 공장 내부를 처음 언론에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 환경단체의 출입은 아예 거부한 데다 오염원으로 의심되는 작업장은 공개하지 않아 제련소 측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날 공장 개방이 각본대로 진행된 ‘보여주기 쇼’라는 질타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환경오염 문제를 대하는 제련소의 자세나 진정성 부재에서도 잘 드러난다. 고작 30여 분에 불과한 개방 행사에서 제련소는 입에 발린 듯 “배출 증기가 매우 깨끗하고, 폐수도 모두 정화해 방류한다”며 선전에 열을 올렸다. 불행하게도 사진기자의 앵글에 담긴, 온통 벌겋게 물든 인근 하천과 황폐한 주변 산림은 영풍석포제련소가 지난 50년간 이곳에서 무슨 짓을 해왔는지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제련소 측은 내년에 폐수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하면 환경오염 문제가 씻은 듯 개선될 것처럼 말한다. 장담컨대 이는 진실과 거리가 멀다. 48년간 환경을 더럽히고는 이제야 손을 보겠다는데 누가 곧이곧대로 믿겠나. 결국 ‘최악의 공해 공장’이라는 비난 여론과 공장 폐쇄를 요구하는 압박이 커지자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부린 꼼수이자 8월 중 열릴 행정심판 심리를 겨냥한 어설픈 유화 제스처인 것이다.

만약 영풍석포제련소가 2천여 석포 주민의 생계를 볼모로 버티기 하거나 환경오염 책임을 희석하는데 골몰한다면 용서받기 힘들다. 공장 문을 닫고 모든 오염물질을 정화한 뒤 떠나든지, 아니면 무공해 공장으로 탈바꿈하든지 결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제련소의 환경오염 행위는 1천300만 영남 주민의 안위를 위협하는 반사회적 문제임을 상기할 때 이리저리 위기를 모면하거나 책임을 피해간다고 될 게 아니다. 석포제련소의 모기업인 영풍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인식해 당장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라. 정부도 그동안 환경 파괴를 방치해 왔다는 점에서 지금이라도 적극 개입해 대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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