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무전여행” vs “정체 불명확한 단순 용돈벌이” 시민 시선 엇갈려
수도권 번화가를 중심으로 기승을 부리는 '베그패커(beg packer)'가 동성로 등 대구의 중심가에도 활개를 치고 있다. 베그패커는 '구걸하다(beg)'와 '배낭여행자(backpacker)'의 합성어로, 구걸하면서 여행경비를 마련하는 이들을 말한다.
베그패커 중에는 순수하게 여행 경비를 충당하려는 여행객들도 있지만, 불법 체류자 등이 돈벌이를 하려고 시민들의 환심을 이용하는 경우도 잦아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21일 오후 8시 30분쯤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 한 러시아 여성이 태극기 20여 개를 손에 들고 돌아다녔다. 이 여성은 어린 자녀와 함께 한 부모에게 접근해 한국어가 인쇄된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종이에는 '한국이 좋아서 혼자서 무전여행 한다',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도움을 달라'고 적혀있었다. 여성과 마주한 부모는 난처해하면서도 6천원을 주고 작은 태극기 2개를 건네받았다.
태극기를 산 박모(38·여) 씨는"아이가 지켜보고 있기도 하고, 한국이 좋아서 왔다는데 안 도와주려니 인정없어 보일 것 같았다. 난감했다"고 밝혔다.
베그패커는 동성로나 중앙로 등 번화가뿐만 아니라 중구 근대골목과 서문시장 인근에서도 목격담이 등장하고 있다. 주로 작은 태극기를 팔거나 여행 중에 찍었다는 사진을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구 소식을 전하는 SNS에는 '서문시장이나 청라언덕, 계산성당, 팔달교 아래까지 태극기를 파는 외국인들이 보인다'는 누리꾼 글이 이어지고 있다.
배낭여행자를 자처한 이들 중에는 불법 체류자로 적발돼 출국 조치되는 사례도 있다. 최근 동성로에서 사진을 팔던 러시아 출신의 20대 남성은 비자 만료 후 1년 이상 국내에 거주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베그패커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생각은 엇갈린다. 시민 김상호(22) 씨는 "돈 없이 해외여행을 하는 용기가 대단하다"며 "무전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낭만적이어서 호의적인 편"이라고 했다.
이들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정체가 불명확한데다 쉽게 돈을 벌려고 한다는 이유다. 홍수현(32·여) 씨는 "말도 안 통하는 외국에 무전여행을 온다는 것 자체가 무책임한 일"이라며 "실제로 여행 중인지 대구에 살면서 용돈벌이를 하는 지 알 길이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조사해보니 일부는 실제로 귀국할 항공권을 갖고 있었지만 불법 체류자도 있었다"면서 "부정기적으로 거리로 나서기 때문에 전수조사를 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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