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김선형 역, 문학동네, 2012

입력 2018-07-28 05:00:00

낯선 타인을 괴물로 만드는 인간의 어리석음

'감각은 공존을 가로막는 장벽이다.'

놀라웠다. 무엇보다 이 말을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아닌 피조물(creature)이 한다는 점에서 그랬다. '프랑켄슈타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초록색 피부에 거대한 말뚝을 머리에 꽂고 험상궂게 서 있는 인조인간은 영화 '프랑켄슈타인'(1931)에서 비롯된 것이다. 소설 속 피조물은 이와 거리가 멀다. 둔하고 느릿느릿 움직일 거라는 기대와 달리 날렵하고 영리하며 달변이다. 창조주를 찾아와 자신의 요구사항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언급한 문장도 그 와중에 나온다.

정종윤 작
정종윤 작 '성산 일출봉'

피조물은 인간 사회 속에서 겪었던 비참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그는 자신의 흉하고 이질적인 외모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보이는 혐오감과 적대감을 겪으면서 본인의 의도나 행동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자신을 흉물 취급하는 그들의 감각에 대해 일갈한다.

소설은 등장인물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 간다. 주로 창조주인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시점이다. 그는 새로운 지식에 대한 끝없는 갈망과 업적에 대한 야심을 가지고 있었다. 과학의 진보를 확신했고 자신의 업적이 인류의 번영에 기여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나타난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그는 피조물을 거부한다. 혐오감과 증오심을 숨기지 않는다. 심지어 피조물을 버리기까지 한다. 다시 만났을 때도 건넨 말은 욕설과 저주였다. 대체 선의와 확신으로 가득했던 그가 왜 이렇게 돌변한 것일까?

그는 낯선 감각 앞에 무력했다. 피조물의 낯선 모습은 그에게 공포로 다가왔던 것이다. 소설은 괴물의 입장에서도 이야기를 풀어간다. 탄생의 순간, 괴물은 자신의 창조주를 보았고 극심한 육체적 고통 속에서 창조주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는다. 하지만 프랑켄슈타인 박사에게는 그저 혐오스런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낯선 타인에 대한 본능적 공포 앞에서 사람들의 이성은 순식간에 증발해 버린다. 사람들은 피조물에게 극단적인 증오심을 드러내며 배척한다. 사람들의 태도에 피조물은 상처받으며 진짜 괴물로 변모해 간다.

즉 '프랑켄슈타인'은 감각에서 비롯된 공포 때문에, 타인을 괴물로 몰아가는 인간 사회의 어리석음에 대한 우화이다. 이런 심오한 통찰을 보여준 사람은 틀림없이 나이 지긋한 중견 작가이겠거니 생각했건만, 작품을 썼던 해 메리 셸리의 나이는 19! 거기다 신인 작가였다.

마지막으로 놀라웠던 것은 문장이 주는 메시지가 현실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지금 제주도에는 '예멘'이라는 우리에게는 매우 낯선 나라의 낯선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그들을 난민으로 받아주지 말라는 청원과 함께 무려 7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찬성 의견을 냈다고 한다. 그들로 인해 발생하게 될 위험들, 혹시나 발생할지 모를 성범죄나 테러와 같은 것들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을 괴물 취급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종윤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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