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재건축·재개발, 외지업체 독식>벼랑 끝 토종건설사 대책은 없나

입력 2018-07-25 05:00:00

#1 2003년 5월 2일 대구 달서구 송현동 송현주공아파트(현 상인화성파크드림) 재건축 시공사 선정 총회. '다윗과 골리앗'의 한판 대결이 결국 다윗의 승리로 끝났다.

이날 총회에서 토종 건설사 (주)화성산업은 삼성물산-롯데건설 컨소시엄을 27표 차로 제치고 최종 시공사로 선정됐다. 토종 중견 건설사가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국내 굴지의 삼성-롯데 컨소시엄과 맞붙어 '기적'을 이뤄낸 것이다.

화성산업 관계자는 “당시에는 그래도 한번 붙어보자는 희망이 있었다. 이주비와 무상평수 제공 등 주민들에게 실익이 되는 사업계획서가 통했다”고 말했다.

#2 2018년 6월 5일 수성구 범어동 경남타운 재건축 사업 현장설명회. 모두 14개 건설사가 총출동해 유례없는 수주 경쟁을 펼쳤다. 분양만 했다 하면 대박이 나는 수성구 재건축 열기 탓에 삼성(래미안)을 제외한 국내 10대 메이저 건설사가 일제히 러브콜을 보냈다.

이에 반해 이곳 설명회에 참가한 화성산업, 서한 등 토종 건설사들은 메이저 건설사들의 파상 공세에 일찌감치 수주 경쟁을 포기했다.

토종 건설사 관계자들은 "일부 메이저 건설사들은 이미 1년 전부터 홍보 활동에 돌입했다. 메이저 건설사 간 난타전에 도저히 경쟁할 엄두가 안났다"고 털어놨다.

대구 토종 건설사들이 1천 가구 이상 수천억원대 아파트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속수무책으로 외지 중대형 건설사에 내주고 있다. 외지 메이저 업체의 브랜드 파워와 마케팅 공세에 설 자리를 잃고 있는 토종 건설사들은 "업계 스스로의 노력으로 헤쳐나가야 할 단계를  넘어섰다"며 지방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토종 건설사, 재건축ㆍ재개발 수주전 참패
대구 주택건설업계에 따르면 토종 건설사들은 2017년 이후 대구 아파트 재건축, 재개발 단지 수주전에서 외지 중대형 건설사에 완패를 거듭하고 있다.

외지 업체들은 2017년 한 해 6개 단지(6천314가구), 1조1천901억원(공사액 기준)에 이어 2018년 상반기 7개 단지(9천817가구) 1조8천837억원 등 총 13개 단지 1만6천131가구, 3조738억원 규모 사업(표 참조)을 독식했다.

특히 올해는 1천 가구 규모가 넘는 대규모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이 잇따랐고, 외지 업체들은 메이저 건설사 또는 중대형 건설사 간 합종연횡(컨소시엄)을 통해 사업 수주를 싹쓸이했다.

6월 서구 평리동 서대구지구 재개발 2천871가구(대림산업 수주, 공사액 5천732억원) 등 올  상반기 시공사를 선정한 7곳 가운데 6개 사업장이 1천 가구를 초과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토종 건설사들은 주택 역시 소비재라는 점에서 메이저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 선택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시작부터 불공정한 경쟁으로는 애당초 사업 수주가 불가능하다고 호소한다.

화성, 서한, 태왕 등 지역 건설사 관계자는 “중대형 건설사, 특히 수도권 메이저 경우 정비사업본부를 두고 최소 수개월 전부터 홍보, 판촉 활동을 전개한다. 대구 건설사 전문 인력이 10명이라면 이들 중대형 건설사는 최소 100명 이상"이라며 "여기에 무조건적인 메이저 브랜드 선호 추세가 맞물리면서 토종 업체들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책 손 놓은 대구시
대구 주택건설업계는 올해 지방선거에 따른 행정 공백이 이 같은 외지업체 싹쓸이 현상을 더욱 부채질한다고 지적한다.

앞서 대구시는 외지 중대형 건설사의 수주 독식에 제동을 걸고자 올해부터 토종 건설사에 대한 용적률 인센티브를 최고 15%로 강화했지만 실제 현장에선 무용지물로 전락한 지 오래다.

현행 대구시 용적률 인센티브 제도는 공동도급(또는 단독)의 경우 지역건설사 참여 비율이 70% 이상이면 최고 15%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업계는 지역건설사 참여 비율 기준이나 최고 용적률 인센티브를 보다 현실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대 용적률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지역 건설사 참여 비율을 기존 70% 이상에서 60% 또는 50% 이상까지 낮추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토종 건설사가 수도권 메이저 건설사와 경쟁해 단독 수주에 성공하기란 하늘에 별따기 만큼 어려워지고 있다. 차라리 지역 건설사 참여 비율을 낮춰 외지 중대형 건설사-토종 건설사 간 컨소시엄을 통해 상생을 꾀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전 건설업계와 대전시 경우 최대 용적률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지역 건설업체 참여 비율을 기존 최대 60%에서 50%로 낮추고, 최대 용적률 인센티브도 기존 17%에서 20%로 상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대구 주택건설업계는 “분명한 것은 대구시가 건설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해 보다 광범위하고 강력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민선 7기 출범에 발맞춰 우선 건설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부터 수렴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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