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구지가

입력 2018-07-22 14:43:11 수정 2018-07-22 19:18:46

대구 능인고 교사

민송기 대구 능인고 교사
민송기 대구 능인고 교사

거북아 거북아 龜何龜何(귀하귀하)

머리를 내놓아라 首其現也(수기현야)

내놓지 않는다면 若不現也(약불현야

구워서 먹겠노라 燔灼而喫也(번작이끽야)


우리나라에서 향가 이전의 고대가요로는 '공무도하가', '황조가', '구지가' 세 편이 한역되어 전해지고 있다. 이 중 앞에 제시한 '구지가'는 집단적 제의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이어서 다른 두 작품과 달리 해석이 명확하지 않고 그에 따라 여러 설들이 있다.

'구지가'의 해석에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거북', '머리', '구워서 먹겠다'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것이다. 가장 일반적인 해석은 가락국의 건국 설화 속에 삽입되어 있다는 점에서 '거북'을 토템으로 하는 사회에서 '우두머리'(수로왕)를 내려달라고 기원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해석은 토템인 동물에게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으면 구워서 먹겠다고 위협한다는 문제가 있다. 정병욱 교수는 거북의 머리에서 연상되는 것을 통해 집단적인 성적 욕망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는데, 얼마 전 인천의 한 국어 교사가 '구지가' 수업을 하다 성희롱으로 징계를 받은 것은 바로 이 해석과 관련된 것이다.

'구지가'는 노래가 나온 맥락을 통해서 학생들이 다양하게 해석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교육의 현장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배경 설화를 보면 계욕일에 구지봉(거북이 엎드린 모양이라고 해서 그렇게 불림) 하늘에서 소리가 나서 구간들이 모인다. 하늘에서는 '구지가'를 부르면서 춤을 추면 대왕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것을 보면 거북은 구지봉의 정령이나 천상의 명을 대행하는 존재로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신적인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구워서 먹으리라고 위협할 수도 있는 가까운 존재로 볼 수 있다.

아이들이 놀이를 하면서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라고 할 때의 두꺼비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학생들이 문학 시간에 배워야 할 것은 학자들의 학설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런 식으로 스스로 근거를 찾아 해석을 하는 것이다.

아마 논란이 된 국어 교사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성적인 해석을 이야기했을 수도 있지만, '구지가'만이 아니라 '가락국기'의 내용을 학생들에게 충분히 제시하고,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해석하고 감상하는 활동을 했다면 불필요한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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