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피서

입력 2018-07-19 14:25:49 수정 2018-07-22 19:02:18

강두용 대구콘서트하우스 공연기획팀장

18세기 초 왕실의 음악가였던 헨델은 갑작스런 왕권 교체로 왕실 음악가로서 입지가 위태로워지자 왕에게 잘 보이기 위하여 물 위에서 연주하는 이른바 '수상음악'을 작곡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50여명의 악사들을 배에 태워 한여름 템즈강에서 뱃놀이를 하고 있는 왕 주위를 돌면서 연주를 해 여흥을 돋우었고, 왕이 이날의 특별한 이벤트에 감동하여 헨델은 계속해서 왕실 음악가로 남을 수 있었다.

18세기 당시 왕실의 전유물이었던 물위의 음악회가 300여년이 지난 오늘날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대중문화가 되어 우리 가까이에 다가와 있다. 바로 '브레겐츠 페스티벌'이다. 7, 8월 여름이 절정에 이른 시기에 그림같이 아름다운 오스트리아 브레겐츠의 보덴호수 위에서 열리는 이 축제를 위해 매년 30여만 명이 이곳을 찾는다. 물 위에 설치된 거대하고도 환상적인 무대와 현대적인 연출이 조화를 이루어 '클래식이나 오페라는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시원하게 날려버리고, 오페라를 몰라도 심지어 줄거리를 몰라도 보고만 있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 펼쳐진다.

이탈리아에서도 무더운 여름이면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이 열린다. 이 축제는 1913년에 이탈리아의 국민 작곡가 베르디와 푸치니를 기리는 축제로 시작해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최대 2만 2천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로마시대에 지어진 원형극장을 가득 메운 관중과 세계 최정상의 성악가들이 출연하는 오페라가 공연되는 모습은 장관을 이룬다.

그밖에도 유럽 곳곳에서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야외무대를 설치해서 밤마다 공연을 한다. 어느 곳에서는 불꽃이 쏘아 올려지고, 또 어느 곳에서는 음악소리와 밤바람 소리, 파도 소리가 함께 들려오는 곳도 있다.

여름밤의 낭만적인 분위기와 아름다운 경관이 더위를 잠시 잊게 하기도 하고 어쩌면 무더위에도 음악을 찾는 열정이 타들어가는 여름의 태양보다도 더 뜨거워서 무더운 이 여름이 견뎌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뜨거운 여름의 한가운데 대구를 대표하는 여름 축제가 열려 더위를 피해 야외로 찾아든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대구치맥페스티벌, 대구국제호러페스티벌, 대구포크페스티벌, 신천돗자리음악회 등 곳곳에서 열리는 여름 축제를 찾아 뜨거운 열정으로 뜨거운 여름을 이겨보자.

강두용 대구콘서트하우스 공연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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