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돔'에 갇힌 한반도…숨막히는 대구경북, 역대 최악의 더위 기록할까

입력 2018-07-17 21:00:00

티베트 고기압 발달에 공기 흐름 정체돼…다음달 초까지 무더위 이어질 듯

대구경북을 비롯한 전국에 일주일째 불볕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 여름 더위가 기록적인 폭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반도를 뒤덮은 뜨거운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열돔'에 갇힌데다 당분간 공기 흐름이 정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구기상지청에 따르면 17일 대구가 낮 최고기온이 36.6℃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영천 36.8도, 포항 36.5도, 의성 36도, 울진 35도, 구미 34.9도, 안동 34.8도 등 대구경북 전역이 평년보다 5~8도를 웃돌았다.

이달 들어 기록한 폭염일수도 기록적이다. 올 7월 1~16일 전국 47개 지점의 평균 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을 기록한 폭염일수는 3.2일로 1973년 이후 역대 5번째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3.9일에 이어 10년 만에 가장 길게 이어진 폭염이다. 같은 기간 역대 최고 더위는 1994년으로 7.5일을 기록했다.

더위가 길어진 건 유난히 짧았던 장마 탓도 있다. 올해 장마는 1973년 이래 45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로 짧았다. 6월 19일 제주도에서 시작한 장마전선은 지난 11일 중부지방에 비를 내린 뒤 한반도 북쪽으로 밀려났다. 특히 남부지방의 장마는 14일로 평년(32일)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짧은 장마와 때이른 폭염은 대기 상층의 고온 건조한 티베트 고기압이 한반도 부근으로 확장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찜통더위는 다음달 초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한반도 부근의 공기 흐름이 느려진 탓에 기압 배치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강한 비를 뿌리는 태풍도 고기압에 밀려 한반도로 접근하지 못해서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반구 중위도 지역의 고기압이 동서 방향으로 강화하면서 북극 지방에 머무는 찬 공기가 남하하지 못하고 있다.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은 상태를 유지하다 다음달 말부터 천천히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때문에 올 여름에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역대 최악의 더위로 꼽혔던 1994년의 경우 31.1일동안 전국 낮 최고 기온이 평균 33도 이상을 기록했다. 이어 2016년 22.4일, 2013년 18.5일 등이었다.

안순일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지구 온난화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2100년에는 6~8월 중 80% 이상이 현재 날씨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키워드] 열돔(Heat Dome) = 대기권 중상층에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하거나 아주 서서히 움직이면서 뜨거운 공기가 마치 돔(반구형 지붕)에 갇힌 듯 지면을 둘러싸서 더위가 심해지는 현상. 예년보다 5∼10도 이상 기온이 높은 날이 며칠 동안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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