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론새평] 분리불안 공포증 그리고 공황장애

입력 2018-07-19 05:00:00

김주영 소설가

김주영 소설가
김주영 소설가

어머니와 떨어지지 않으려 발버둥
어릴적 트라우마 가슴에 자리 잡아
트럼프 "주한 미군 철수하겠다" 엄포
극심한 분리불안 공포 다시 떠올라

어떤 부부가 유기견 보호소를 찾아가 개 한 마리를 입양했다. 집으로 데려온 개는 더할 나위 없이 주인을 잘 따라 주었다. 밥도 주는 대로 아주 잘 먹었고, 배설 장소도 스스로 찾아 깔끔하게 해결했다.

그러나 얼마의 시간이 흘러간 뒤 부부는 반려견에게서 심상찮은 증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개는 밤이 깊어도 도무지 깊이 잠을 자지 않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것이었다. 잠자지 않고 버티는 동안 지쳐서 깜박 졸다가 소스라쳐 눈을 뜨곤 하였다. 병든 개라는 것을 눈치챈 부부는 부랴부랴 동물병원을 찾았으나 이렇다 할 병증을 찾아볼 수 없었다.

병원 진료에 만족할 수 없었던 부부는 이번에는 개를 데리고 입양을 결정했던 유기견 보호소를 다시 찾았다. 그곳에서 부부는 잠들지 않는 반려견의 트라우마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 개를 보호소에 맡겼던 당초의 주인은 개가 깊이 잠든 사이에 데려와서 개가 잠에서 깨어나기 전에 보호소를 떠나버린 것이었다. 부부가 입양한 개는 그 시간부터 분리공포증이라는 극심한 공황장애를 겪고 있던 참이었다.

이 기사를 인터넷에서 읽으면서 참담했었던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그 시절을 나는 홀어머니와 단둘이 근근이 연명하면서 살았다. 그 시절 하루의 끼닛거리를 걱정하지 않는 날이 거의 없었다. 두 사람은 애옥살이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지만 수습의 길은 언제나 막막했었다.

어린 나는 자연 어머니가 감당하기 어려운 요구를 계속하게 되었다. 끼니때마다 밥을 배불리 먹기를 소원했었고, 명절이 되면 새 옷을 사달라고 찔통을 부리며 매달렸다. 소풍날에는 도시락에 쌀밥을 싸 달라고 발버둥 치며 떼를 썼다. 그러나 그런 터무니없는 몽니를 부려도 어머니는 전혀 나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그 대신 매우 단호하게 나 혼자 남겨두고 멀리 도망이라도 가야겠다고 벼르곤 하였다. 어떤 때는 실제로 내가 찾아낼 수 없는 이웃집에 숨어서 해 지고 어두워질 때까지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때도 있었다. 막무가내로 몽니를 부리는 내 버릇을 고쳐 주기 위한 것이란 것을 성장한 뒤에서야 알아차렸지만, 그 어린 시절에는 정말 어머니가 내 눈앞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서 어머니와 나 사이에 이루어졌던 혈육이란 동맹이 하루아침에 파탄 날지도 모른다는 트라우마가 가슴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어머니가 내 곁에 누워서 곤히 잠든 것을 목격하고 나서야 나 역시 잠들 수 있었다. 그렇게 잠이 들어도 문득 잠에서 깨어나 잠들어 있는 어머니를 확인하는 몹쓸 버릇도 생겨났다. 내가 어릴 적 겪었던 극심한 공포심은 그대로 공황장애로 이어져 항상 혼자서 질질 짜고 다니는 아이로 멸시를 당했고, 까투리 새끼처럼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급기야는 주위로부터 업신여김당하며 지내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정치꾼들이 입만 떼면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가난하지만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이 그것인데, 그러나 이 말은 절대로 믿을 것이 못 된다. 표를 얻기 위한 허튼소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가난과 더불어 살았던 내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가난은 어느 것과도 더불어 살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얼마 전 주한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으로 기억한다. 미군이 우리나라 안전보장의 한 축이 되어 왔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처럼 동맹 이상이었던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만으로도 내가 어릴 적 겪었던 극심한 분리불안의 공포심을 떠올리게 한다.

약력:서라벌예술대 문예창작과 졸업, 1971년 소설 '휴면기'로 등단, 장편소설 '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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