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근무하거나 편의점, 주유소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들은 오히려 일자리를 잃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업주들이 늘어난 인건비 부담 탓에 최저임금 적용 대상인 '병'(丙)들의 고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근무시간을 짧게 쪼개거나, 수당과 교통비 등을 전체 월급에 포함하는 등 편법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최저임금이 올해 16.4%가 인상된 데 이어 내년에도 10.9%가 오를 것으로 결정됨에 따라 고용 취약계층인 저임금 노동자들이 일자리 불안을 우려하고 있다.
대구 서구의 한 주유소에서 주유원으로 일하는 황모(66) 씨는 요즘 눈칫밥을 먹고 있다. 사장이 올해 중 기존 6명인 주유원 중 1명을 줄이겠다고 엄포를 놨기 때문이다. 황 씨는 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두는 직원이 없다면 자연스레 가장 나이가 많은 본인이 해고당할 것 같아 노심초사하고 있다.
평일 오전 7시 30분부터 10시간 일하고 일당으로 8만원을 받는 황 씨는 최저임금 인상 소식이 마냥 반갑지는 않다고 했다. 황 씨는 "매달 170만원 정도를 버는데 혼자 사는 입장에서 생활하는 데 무리가 없는 금액"이라며 "나이가 많아 공장이나 건설 현장에서도 찾지 않는다. 지금 직장은 업무강도도 높지 않아 만족하고 있는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원 감축의 대상이 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 식자재마트 계산대에서 일하는 전모(42·여) 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마트 측에서 현재 기존 4곳으로 운영하고 있는 계산대를 내년부터 3곳으로 줄이기로 하면서 자연스레 계산원도 감축 대상이 됐다. 전 씨는 "집 가까운 곳에 괜찮은 일자리라고 생각해 2년 넘게 일했다"며 "올해 초에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생 2명이 잘렸다. 내년엔 더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는 자구책으로 업체 측에서 근로시간을 임의로 변경하며 오히려 수입이 줄어든 사례도 있다. 동구의 한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최모(22) 씨는 근무시간을 쪼개면서 일하고 있다. 업체 측에서 늦은 오후나 점심과 저녁 사이처럼 손님이 적은 시간 때 아르바이트 수를 줄였기 때문이다.
최 씨는 "하루 6시간씩 일하지만 연달아 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적은 오후에 시급에 포함되지 않는 휴식시간을 갖는다"며 "인건비 부담 때문에 종업원을 더 뽑기 보다는 업주 가족이 일손을 돕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해고 칼바람에서 살아남더라도 실질적인 임금은 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최저임금보다 낮은 기본급을 받는 업체에선 별도로 지급하던 교통비와 식비 등 각종 수당을 기본급에 합치는 방법을 검토하는 경우도 적잖기 때문이다.
지역 금속가공업체에서 일하는 A(51) 씨는 "이미 올해 초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60만원에 달하던 각종 수당의 절반이 기본급으로 전환돼 월급은 제자리걸음이다. 현장 근로자들 사이에는 내년에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라며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주장한다면 일부 업체의 '꼼수'도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