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예천군 호명면 한 양돈농가. 농장주 이상희(51) 씨는 최근 돈사에 불이나 수백여 마리의 돼지를 잃고 마음을 추린지 얼마 되지 않아 더 큰 걱정이 생겼다. 연일 이어진 불볕더위로 남은 돼지들까지 모두 폐사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돼지들의 폐사를 막기 위해 돈사에 단열재를 설치하고 지붕에는 수시로 물을 뿌렸다. 또 돈사 내 열기를 식히기 위해 선풍기와 환풍기를 가동하고 제빙기 얼음을 사료에 타주거나 바닥에 뿌려가며 더위와 씨름하고 있다.
그는 "매년 여름이면 돼지가 더위를 못 이기고 폐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가축 몸에서 나오는 열과 여름철 더위가 더해져 가축들이 맥도 못 치르고 있고 사료 먹을 힘도 없어 사료를 거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가축농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00여 마리의 소를 키우는 김모 씨는 더위에 가축이 폐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붕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했고 천정에는 수백만원을 들여 회전형 대형 선풍기를 틀어놨다.
김 씨는 "우사 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설비나 인력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최근 소값까지 떨어져 올 여름철에는 빚만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가축 폐사 날벼락
최근 연이은 무더위로 폐사하는 가축이 급증하는 가운데 경북 축산 농가가 가축 폐사를 막기 위해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17일 경북도에 따르면 이날까지 시군 농가에서 닭 6만2천100마리, 돼지 1천349마리 등 가축 6만3천449마리가 무더위로 폐사했다.
칠곡군의 경우 지난달 22일 닭 1천마리, 지난 11일엔 6천마리가 페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 10일에는 돼지 10마리가 폐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일 계속되는 불볕더위로 영천에서는 지난달 6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양돈농가 12곳에서 돼지 562마리가 폐사했다.
축산농가들은 선풍기와 에어컨 가동, 제빙기 설치, 스프링클러 가동 등으로 가축 폐사 방지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돼지에게 얼음을 먹이기 위해 제빙기를 설치하는 농가도 있다. 영천에서는 돼지농가 2곳에 제빙기를 설치했고 3곳은 설치 중이다. 폭염 극복을 위해 돼지에게도 제빙기로 얼음을 만들어 먹이고 있다.
영천시 금호읍에서 돼지 1천500마리를 사육하는 박용활(68) 씨는 "지하수를 이용해 돈사 지붕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매일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풍기'에어컨 가동, 제빙기 설치
김천시 개령면에서 닭 43만 마리를 키우는 이순기(56) 씨는 "환기 설비를 완벽하게 설치해 닭이 폐사하거나 산란율이 떨어지는 경우는 없다. 평상시보다 70% 이상 전기료가 더 나온다"면서 "혹시 정전이 될까봐 자체 발전기까지 설치해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안동시 일직면에서 이화축산을 운영하는 권기택 경북도 농업명장은 땀 구멍이 없는 돼지는 더위가 가장 취약하다고 강조했다. 2~3m 간격으로 설치된 환풍기와 강풍기는 축사 내부의 더운 공기를 빼내느라 쉼 없이 돌아간다. 어미 돼지에게는 대형 제빙기에서 만들어지는 얼음과 사료를 같이 공급한다. 하루에 소모되는 얼음량만 500㎏을 넘긴다. 축사의 내부 온도 상승을 막으려고 하루에도 수십번씩 지붕에 물을 뿌리고, 축사별로 지붕에 우레탄 도포작업도 시행하고 있다. 권 명장은 "여름철 환기에 실패할 경우 한순간 축사 내 모든 돼지가 폐사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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