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석 대구 늘열린성모병원 원장
진료실에서 흔히 나누게 되는 대화를 잠시 풀어본다.
“어머님 어디 아프셔서 오셨어요?”
“무르팍이 아파서요. 걸을 때마다 무릎이 시큰 거리고 방바닥에 앉았다가 일어나려면 악소리 날정도로 아파요”
간단한 진찰과 방사선 촬영 후 X-ray 사진을 보며
“어머님 무릎의 연골이 다 닳았네요, 퇴행성관절염입니다.”
그러면 십중팔구 어머님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그라믄 뭘 무면 되는교?”
“……”
“닭발이 좋다 카던데 그거 무면 되는교?”
그러면 함께 온 어머님이 옆에서 훈수를 둔다.
“아이다 도가니탕이 더 좋다 카더라”
이쯤 되면 내가 끼어들 자리는 없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법한 이 대화는 어제도 수 십 차례 되풀이 됐던 것이고 오늘도 또한 반복될 이야기이다.
TV만 틀면 24시간 건강에 관한 정보들이 넘쳐나고 건강관련 프로그램마다 숨겨진 비방이 있는 듯 늘 새로운 식품들이 특종처럼 소개되는 식이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전문가를 자처하는 분들이 각자 한가지의 비방을 들고 나와서 과학적 근거를 열거하고 실제로 효과를 본 분들이 사례로 제시되니 의사인 나도 혹하게 된다.
그중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은 음식들은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하며, 며칠 지나지 않아 홈쇼핑에서 대대적으로 판매에 나서게 되거나 혹은 마트에서 동이 나기도 하니 환자들의 반응을 나무랄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오래전부터 동양에서는 ‘식약동원 (食藥同原)’ 이라 하여 먹거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서양에서도 일찍이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치지 못한다’면서 식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러하듯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데에는 먹는 음식뿐 아니라, 규칙적인 운동을 통한 적정체중의 유지나 건강한 생활습관 역시 중요하다.
무릎에 국한되어 생각해 본다면 전체적인 근육, 특히나 허벅지 근육을 튼튼히 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여 무릎으로 가는 충격을 줄여주고, 쪼그려 앉는 자세와 같이 무릎에 무리가 가는 자세를 피하는 등 기본적인 수칙을 지키는 것이 핵심이다.
요즘 흔히들 쓰는 말 중에 ‘워라밸’ 이라는 말이 있다. 일과 개인적인 삶의 적절한 균형을 맞추자는 뜻인데, 건강에서도 다르지 않다. 균형 잡힌 영양의 섭취와 적절한 운동으로 신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에 만병통치약이 없듯이 뭐하나 먹으면 병이 씻은 듯이 사라지는 그런 마법의 명약 또한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없다. 건강은 하루하루의 건강한 먹거리와 습관이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진다.
도움말: 이진석 대구 늘열린성모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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