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봉 대구가톨릭병원 산부인과 교수
“이제까지 제 아기에게 발암물질로 분유를 태워 먹이고 그 물로 밥을 지어 먹이고, 씻기고, 옷을 빨아 입히고 생각만 해도 화가 치솟습니다.”라는 대구 수돗물 사건과 관련된 자극적인 신문 기사를 읽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사회적 큰 이슈가 있다. 환경오염과 발암물질 관련 기사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금속이 다량 포함된 미세먼지, 가습기 살균제, 생리대 발암물질, 침대 라돈, 대구 수돗물 발암물질, 혈압약 발암물질 포함 등 환경오염과 발암물질 관련 기사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최초로 약물이 태아 기형을 야기한다는 것을 알게 된 사건이 있었다. 탈리도마이드라는 약이다. 1950년 후반 개발된 진정 수면제로, 유럽, 호주, 일본 등에서 임산부의 입덧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었다.
그러나 임산부가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였는데, 이를 ‘탈리도마이드 사건’ 또는 ‘탈리도마이드 비극’으로 부른다.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임산부가 낳은 1만 명 정도의 신생아에게서 선천적으로 팔다리가 결손 되거나 짧은 상태의 기형으로 태어났다. 이 사건은 약물 독성시험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 역할을 했다. 당시 탈리도마이드는 상용화되기 전 제대로 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으며, 사건 이후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실험용 쥐에서는 인간에서 나타났던 선천성 기형이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탈리도마이드에 노출되었던 임산부 중 일부는 정상적인 아이를 출산한 것이 알려지면서, 같은 인간 내에서도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이 밝혀졌다.
국제보건기구에 의해 설립된 국제암연구소는 1970년대부터 전 세계의 역학조사 자료를 근거로 발암물질을 조사해 위험 정도와 밝혀진 관계에 따라 4등급으로 나누었다. 인체발암 확인물질(1군), 인체발암 추정물질(2A군), 인체발암 가능물질(2B군) 그리고 발암성분이 없을 것으로 추정되는 물질까지 총 4단계로 분류한다. 발암성분이 있다고 확신되는 1군 발암물질은 70여 가지다. 단일물질이 아닌 합성성분을 포함하면 120여 가지나 된다. 그중에서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늘 마주치는 것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담배연기와, 술, 자외선은 가장 대표적인 발암물질이다. 공기 중으로 노출되거나 병원에서 진단 검사를 위해 사용하는 감마선과 엑스선도 주요 발암물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먹는 젓갈은 위암을 불러올 수 있는 나트륨, 즉 염분이 과다하다는 이유로 1군 발암물질로 분류되었다. 그 외에 석면가루, 시멘트에서 나오는 방사선 라돈, 갖가지 공산품과 가전기기 등에 원료와 재료로 사용되는 중금속과 화학성분 다수가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발암성분이다.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생활의 편리함을 위해 수많은 합성 화학물질을 만들었다. 이제 이것들이 100세 시대를 맞아 인간에게 독이 되어 되돌아오는 것이 아닌 가 심각하게 고민할 때이다.
고석봉 대구가톨릭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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