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회 일당 독점 깨고 파란색 돌풍 일으킨 주역
"이번에 정말 잘해야...그렇지 않으면 다시 민주당 외면"
관련 부처에 민원인 연락처를 주고 바로 연락하도록 독려
대구시의원. 아는 사람만 압니다. 우리 동네 국회의원은 알아도 또 다른 우리 동네 대변자인 시의원은 잘 모릅니다. 이제 그들에게도 관심이 필요합니다. 그런 관심이 우리 구(區), 나아가 우리 대구를 잘 돌아가게 하는 방법입니다. 매일신문은 이번 6'13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시의원들의 인터뷰를 싣는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 동네 시의원의 참모습을 확인해보세요.
2) 강민구 대구시의원(더불어민주당·수성구 제1선거구)
"대구시의원이 되니 정신이 없네요." 수성구의원을 지내다 이번에 대구시의회에 입성한 강민구(53) 시의원. 그는 요즘 구의원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증한 민원에 시의원의 자리를 실감하고 있다. 이른바 '리틀 김부겸'으로 통하는 강 의원은 일당 독점 체제였던 시의회에서 파란색 돌풍을 몰고 온 주역이다. "기쁨보다 책임감이 크다. 이번에 정말 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구 시민들은 다시 민주당을 외면할 것이다." 그의 목소리에는 사뭇 비장함이 어려 있었다.

-일당 독점 체제였던 대구시의회에서 파란색 돌풍을 몰고 왔다.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
▶대구에서 기초의원 116명 중 50명이 민주당 소속이고 광역의원 30명 중에 5명이 민주당이 됐다. 시민들이 기초의회는 다양한 정당에 기회를 주겠다고 생각한 것 같고 광역의회에도 민주당에 조금의 기회를 준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는 엄중한 요구가 있는 것으로 본다. 시민들이 당을 바꿔봐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끼면 다시 한국당으로 갈 것이다. 책임감이 그만큼 크다. 지금까지 대구시 견제는 시민사회단체가 큰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는 제도권 내에서 우리 여당 의원들이 할 것이다. 단 발전을 위한 견제를 해야 한다. 또한 대구시가 잘하는 게 있으면 거리낌 없이 잘한다고 힘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개표 결과, 상대편 후보에게 254표로 신승했다. 그 과정에서 긴장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사실 선거홍보 기간에 표면적인 민심은 뜨거웠다. 개표 초반에는 상대편과 표 차이가 13%p까지 났는데 후반에 상대편에서 엄청나게 추격했다. 보통 자정쯤 되면 축하메시지를 받는데 워낙 박빙이라 사무실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나름 간이 크다고 자부했는데 새벽 3시쯤 183표까지 추격당하니까 시쳇말로 '엄청 쫄리더라'. 당시 추격 기세로 보면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판 범어4동과 황금1동 개표에서 제 표가 많이 나와 가까스로 이겼다. 그때가 새벽 3시 30분쯤이었다. 아무래도 민주당 후보가 대구시장이나 수성구청장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샤이 보수층이 막판에 투표에 많이 참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구는 사실상 한국당 텃밭이었다. 선거 운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없나?
▶4년 전에 수성구의원에 도전할 때만 해도 시민들에게 민주당 이야기 자체를 잘 못 꺼냈다. 특히 나이 드신 분에게는 더욱 그랬다. 당시 김부겸당이나 2번당이라고 주로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확 달라졌다. 민주당이라는 이야기를 편하게 꺼낼 수 있었다. 경로당의 예를 들면 과거에는 고스톱을 치던 어르신들이 덕담 정도만 하면서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이번 6·13 지방선거 때는 치던 고스톱을 멈추고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자는 곳이 여러 곳 있었다. 어르신들이 젊은이가 왜 저러는지에 대해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민주당 기초의원들로 꾸려진 대구민주자치연구회 '파랑새' 멤버다. 연구회를 좀 설명해준다면?
▶2014년에 민주당 후보로는 유일하게 수성구의원에 당선됐다. 당시만 해도 대구에는 야당 기초의원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일당 독점을 깨고 서로 힘을 모아보자는 취지로 파랑새를 결성했다. 8개 구·군 중에 6개 구 민주당 기초의원이 있었는데 무소속 의원 등을 모아 총 15명으로 꾸렸다. 최근 2기를 출범했다. 결성 후 자비로 회비를 거둬 주로 강의를 많이 들었다. 서울시의원의 모범적인 의정 활동이나 국가 예산 교육 등 의정 활동에 도움되는 교육을 받았다. 또한 구별로 정보를 공유하고 조례를 만들 때 벤치마킹도 하고 있다. 대구 전체를 아우르는 공동 성명도 곧잘 냈다. 대표적인 것이 '범안로 통행료 무료화하라'는 성명이었다.
-삼성전자 마케팅팀 과장을 했다가 중소기업을 운영한 경력이 있다. 기업 운영과 정치를 비교해본다면?
▶삼성전자에 있을 때 운 좋게 미국 연수를 갔다 왔다. 당시 겉멋이 들어 사표를 내고 삼성전자의 하청업체를 운영했다. 10년 가까이 사업하다 더는 운영이 어려워져 회사를 접었다. 이후 대학 강의를 좀 다녔다. 기업 운영과 정치를 비교한다면 닮은 점이 많다. 기업에서는 물건을 팔고 정치에서는 사람을 파는 구조는 똑같다. 정치에서는 '강민구'라는 인물을 파는 것이다. 소위 '인물 마케팅'이 정치인 것 같다. 반면 물건을 팔 때는 2등을 해도 살아남지만 정치에서는 1등만 살아남는 점은 다른 것 같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권유로 수성구의원에 도전한 것으로 안다. 김 장관과의 인연을 소개해달라.
▶2011년 말이었다. 운동권 출신이었던 친한 선배가 '혁신과 통합'이라는 단체에 있었는데 그 단체가 민주당과 통합했고 그 과정에서 선배가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 인연으로 당시 김부겸 장관이 수성구 국회의원에 도전할 때 선거운동을 도왔다. 아쉽게 낙선했지만 이를 계기로 정치에 전념하게 됐다.
-수성구의원을 하면서 많은 점을 느꼈을 것 같다.
▶보통 기초의원의 역할은 크게 세 가지다. 행정감사와 조례 제정, 예산 심의를 3대 핵심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주민과의 소통을 1순위로 정하고 활동해 왔다. 주민들이 기초의원은 누가 당선되었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악수하고 명함 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행사장에도 30분 전에 가서 "민원이 있으면 연락주세요"라고 강조했다. 구의원 하면서 전화번호를 되도록 많이 수집했다. 예를 들어 일요일 새벽에 동네 다니면서 주차 차량에 있는 휴대폰 번호를 많이 모았다. (혹여 오해하지 말라면서) 이런 방법은 개인이 특정이 안 돼 불법이 아니다. 다니면서 간판에 있는 휴대폰 번호도 모았다. (이런 방법이 공개돼도 괜찮으냐는 물음에) 알아도 못한다. 웬만큼 부지런하지 않으면…(웃음).
-대구시의회에 입성했는데 가장 바꾸고 싶은 것이 있다면?
▶대구시의회 집행부에서 본회의장에서는 넥타이를 매고 배지를 달라고 하더라. 상대방에게 알리는 것도 있지만 이는 자칫 상대방에게 갑질할 수도 있는 관행이다. 지금까지의 시각으로 보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시각으로 쳐다보면 고칠 게 많다. 불필요한 관행이나 비합리적인 것을 많이 고치고 싶다. 민원도 의회 사무처를 거쳐야 하는 것도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면 처리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관련 부처에 민원인 연락처를 주고 연락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민원이 곧바로 해결되지 않더라도 피드백을 받은 것만으로도 민원인으로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임기 내 '이것만큼은 꼭 이루겠다'는 공약이 있다면?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 특히 장애인에 대해서 지원할 것이 없는지 눈여겨볼 작정이다. 보훈단체 또한 젊음을 담보로 국가에 희생한 사람들이 모인 곳인데 지원할 것이 없는지 세세하게 살피겠다. 또한 대구의 문화축제나 행사를 수익창출로 연결하는 방법은 없는지도 찾아보겠다. 이는 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를 자원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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