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위험물질 고혈압약 처방 대구경북에만 2만여명…전국 18만명 노출

입력 2018-07-10 18:35:03

발암 가능성 있는 고혈압약에 환자들 불안… "빨리 교환해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암물질 성분이 들어있는 고혈압약 115개 제품 리스트를 발표해 혈압약을 복용 중인 환자들이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10일 오후 대구시내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고혈압약 등을 처방받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암물질 성분이 들어있는 고혈압약 115개 제품 리스트를 발표해 혈압약을 복용 중인 환자들이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10일 오후 대구시내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고혈압약 등을 처방받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암을 유발할 수 있는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포함된 고혈압 치료제를 처방받은 환자가 대구경북에 2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국적으로 18만명이 처방받은 것으로 집계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발암물질 함유를 이유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잠정 판매 중지한 고혈압 치료제를 처방받아 복용 중인 환자는 대구 7천922명, 경북 1만1천369명 등 1만9천291명으로 나타났다. 처방한 의료기관은 748곳에 달했다.

식약처는 지난 9일 중국의 '제지앙 화하이'가 제조한 고혈압 치료제 원료 '발사르탄'을 사용한 고혈압 치료제 115개 제품을 잠정 판매중지 및 제조 중지시켰다.

이는 제지앙 화하이가 제조한 발사르탄에서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 NDMA가 검출된 데 따른 것이다.

식약처는 홈페이지 등을 통해 판매 중단 의약품 목록을 공개했지만 대구시내 의료기관과 약국에는 복용 중인 약을 문의하거나 교환하려는 환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구 동구 한 약국을 찾은 임모(75) 씨는 "4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고혈압약을 먹고 있다. 약국에서 괜찮다고 하지만 여전히 찝찝하다. 예전에 먹은 약이 정상이라고 장담할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조모(60) 씨는 "이틀동안 고혈압약 문의 전화만 50통이 넘었다. 전화벨 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라며 "고혈압약은 장기 복용하기 때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문제가 없는 약이라고 하면 굉장히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만약 문제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면 이를 처방받은 병·의원이나 약국을 방문해 다른 약으로 교환해야 한다. 1회에 한해 무료로 다른 고혈압 치료제로 재처방 및 재조제 받을 수 있다. 기존 치료제보다 더 비싼 약으로 재처방 받더라도 추가비용은 내지 않아도 된다. 다만 환불은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NDMA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확실하지 않지만 빨리 교환해 중단 없이 복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기식 대구가톨릭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현 시점에서 NDMA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 단언하기 어렵다"면서도 "고혈압 환자가 약을 갑자기 중단하면 위험하니 정상 제품으로 바꿔서 계속 복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보건소에서 이행여부를 점검해 문제가 된 고혈압약을 계속 복용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판매중지 제품 목록 등 자세한 사항은 식약처 홈페이지(www.mfds.go.kr), 이지드럭(ezdrug.mfds.go.kr), 식약처 블로그(blog.naver.com/kfdazzang)와 페이스북(www.facebook.com/mfds)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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