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제가 올해 들어 크게 휘청이고 있다. 대구 지역 11개 주요 산업단지 중 생산액이 전년 대비 늘어난 곳은 3곳에 불과하다. 특히 대구 산단 전체 생산액 비중의 절반을 넘는 성서산단 생산액이 올 1분기 기준 9.1% 줄어드는 등 전례 없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대구상공회의소가 10일 오후 '2018년도 상반기 경제동향보고회'를 개최했다. 지역의 주요 기업 뿐만 아니라 권영진 대구시장, 박만성 대구지방국세청장 등 지역 경제와 관련된 기관에서도 보고회 현장을 찾았다.
업체들은 특히 경영 위기의 이유로 올해 최저임금 인상과 지난 1일부터 시행된 근로시간 단축을 꼽으며 이날 머리를 맞대고 대안 모색에 나섰다.
◆타 지역보다 일 많이 하는 대구.. 근로시간 단축 타격 특히 크다
애초에 '경제동향보고회'라는 이름이 붙은 자리였지만 배정된 시간 대부분은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올해 들어 지역 기업이 맞닥뜨린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데 할애됐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 여파가 타 지역에 비해 대구는 더욱 크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지난 4월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대구 지역 300인 이상 업체의 월 근로시간은 평균 185.7시간으로 전국 평균(175.3시간)에 비해 크게 높았다. 홀로 가게를 운영하는 영세 자영업자 비중도 대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점을 감안하면 기존에 비해 줄어들 근로시간 폭이 크다는 의미다.
대구경북연구원 김용현 기획경영실장은 "전국과 비교했을 때 대구의 평균 근로시간이 높은 상황에서 대구의 주요 업종인 자동차부품업, 교육서비스업, 숙박업 등이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됐다. 지역에서 겪는 어려움이 타 지역보다 큰 상황"이라며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는 만큼 기업들도 탄력근무제, 유연근무제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건설업 등 제도 보완 요구 목소리 나와
1일부터 시행된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기업도 문제지만 근로자 또만 만족하지 못하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이번에 근로시간 단축 대상이 된 300인 이상 업체 122곳 중 20곳으로 비중이 가장 큰 제조업의 경우 생존 자체에 위기를 겪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자동차부품업체 이래AMS 김인보 대표는 "당장 주말 근무가 없어진 생산직 근로자들은 수입이 줄게 돼 불만이 많다. 기업 입장에서도 인원을 충원하는 데는 부담이 커 고민"이라며 "이에 더해 지금 논의되고 있는 내년도 최저임금마저 급격히 오른다면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의 상당수는 생존이 어려울만큼 심각한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결국 인력 부족을 외주 인력으로 해결하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직접 고용 대신 외주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좋은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당장 줄어든 근로시간에 맞추라고 하니 기업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에서도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지역에서 제조업 다음으로 근로시간 단축 적용 업체가 많은 건설업은 올해 1~5월 건설수주액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4.9% 줄어드는 등 큰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섭 대구시 건축사회 회장은 "발주 공사의 특성상 초기 설계 용역 단계에서 특히 시간이 많이 지체돼 주 52시간에 맞추기 쉽지 않다"며 "조달청에서 발주하는 공사만이라도 설계 용역기간에 국·공휴일을 제외해서 주 52시간에 맞출 수 있게 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서는 고용시장 유연성을 먼저 확보하는 등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광옥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지역본부 회장은 "석유·화학이나 철강 업종의 경우 한 번 설비를 가동하면 최소한 한 달은 가동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인력난을 겪는 상황에서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설비를 세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유동적으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업계에서 목소리를 모아 정부에 건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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