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립예술단 사태'로 본 대구시립예술단

입력 2018-07-10 15:20:50 수정 2018-07-12 11:49:19

최근 경북도립예술단의
최근 경북도립예술단의 '복무규정 위반'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대구시향의 줄리안 코바체프도 4년간 8회의 객원지휘를 가졌지만 모두 사전 승인을 거친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시향 제공

최근 경북도립예술단 소속 교향악단 일부 단원들의 겸직금지 등 복무규정 위반이 말썽을 빚었다. 결국 도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가 사직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되었지만 경북도의 관리·감독 책임과 사전 승인을 거치지 않고 외부 활동에 나섰던 단원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판 여론이 높다. 대구시와 대구시립예술단 사정은 어떨까.

◇ 코바체프 사전승인 얻고 외부 활동

대구시향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는 2014년 부임 이후 모두 8회 객원지휘를 가졌다. 시향에 확인한 결과 코바체프는 모든 '사전 승인' 등 합법적 절차를 거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콘서트하우스의 강두용 팀장은 "시향단원들이 외부 출강, 협연에 나가고 있지만 모두 출장 동의서와 겸직 허가서 같은 절차가 제도화 되어있고, 모든 외부활동은 규정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 외부공연 허가 얻으면 출강·협연 가능

대구시향뿐만 아니라 대구시립 극단, 무용단, 국악단원들도 외부 출연이나 출강을 나가고 있다. 대부분 협연, 독주회, 강의 같은 것이다. 공무원 신분인 시립예술단 단원들이 그렇게 해도 되는 것일까.

대구시립예술단 설치조례 14조에 '단원은 단장이 예술단의 활동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각 예술단체와 단원의 기량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외부공연 출연을 나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 3일전까지 '외부공연 출연 허가원'의 사전승인을 얻어야 한다. 협연이나 강연 같은 1회성 출연 행사 땐 외부출연 허가를, 학교 강의처럼 고정·정기적인 출강엔 겸직허가 신청을 내야하는 것이다.

대구시예술단원들은 규정대로 외부출연 절차를 밟고 있을까. 대구시, 대구콘서트하우스, 대구문화예술회관에 모두 확인해본 결과 두 기관의 여섯 단체(시향, 합창단, 국악단, 무용단, 극단, 소년소녀합창단) 모두 복무규정 위반 사례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 문화발전 VS 임무 소홀…접점은?

경북도립교향악단의 A씨는 4년간 무단으로 45회의 객원지휘를 해서 구설에 올랐다. 한번 지휘에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걸 감안하면 이 A씨는 '본업'인 도향에도, 객원지휘에도 모두 소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문화계의 관측이다. 그러나 싸잡아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이 같은 현상의 발생원인과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문화계에서는 "시·도립예술단은 각기 분야에서 최고 기량을 갖춘 전문가 단체인 만큼 이들이 필요한 자리에서 역량을 펼치게 하는 것이 지역 문화 발전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외부 공연, 레슨, 강연 등을 차단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며 다만 그 과정과 절차, 횟수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번 경북도립 교향악단 사태는 예술단원들이 외부 강습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처우문제와 함께 단원들의 사적 영역인 레슨, 교습을 관(官)이 어디까지 간섭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를 남겼다.

◆(박스) '단원 출강' 요건을 조례로 정한 지자체도 있다

얼마 전 한 지방자치단체 창극단 단원들이 해외서 승인, 허가 없이 공연을 벌여 말썽이 된 적이 있었다. 호남의 B시에서는 국악단 지휘자와 단무장이 자치단체 승인 없이 각종 공연에 나가 출연료를 받았다가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각 자치단체 행정감사 때도 '예술단원의 허가 외 출장' 문제가 늘 지적되곤 한다.

이에 자치단체가 아예 단원들의 출강 같은 영리행위를 법으로 규정한 곳도 있다.

광주시의회는 작년 '시립예술단 설치 조례안'을 심의해 '단원들의 영리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단원들의 무분별한 출강이 직무 능률을 저해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직무를 겸직할 때도 총단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시에 불명예스러운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업종엔 종사할 수 없도록 했다.

당시 조례제정을 단독 발의했던 김용집 의원은 전화 인터뷰에서 "예술단 단원의 과도한 영리 행위는 예술단 전체의 역량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며 "의원들 사이 조례를 개정해 문화도시(광주)의 위상을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형성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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