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속의 눈으로 보는 세상을 시로 쓰는 30년 탈춤꾼 최영호씨

입력 2018-07-12 10:15:41

최영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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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탈춤꾼이 바라본 세상은 어떨까?

전통문화를 몸으로 고집스레 이어오는 '탈춤꾼'과 시나브로 변화하는 자연과 온갖 굴레에 갇혔지만 희노애락의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글로 토해내는 '시인'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

최영호(49) 씨는 영천에서 위성상회라는 가게의 주인으로, 중요무형문화재 69호 하회별신굿탈놀이에서는 '양반' 배역을 맡고 있는 탈춤꾼으로, '꽃뫼'라는 필명을 가진 시인으로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영천에서 안동 하회마을까지 1시간 여를 가는 동안 계절이 바뀌고, 환경이 변화하고, 사람들의 삶이 달라지는 것을 본다. 가게를 운영하는 '일상'과 탈춤을 추는 '일탈'의 중간에서 느끼는 삶을 글로 표현하고 싶었다"는 그는 탈춤추는 시인이다.

최 씨는 1989년부터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회원으로 탈춤을 추고 있다. 벌써 30년째다. 49세의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 비해 전통을 지키고 이어오려는 30년 탈춤꾼의 삶이 더욱 가치있게 느껴진다.

그는 "양반은 하회탈춤 배역 가운데서도 가장 여유있고, 대사에서도 풍자가 있다. 오랜 세월 양반으로 반쪽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 시적 '양반'에게서 영감을 얻었다"며 "양바탈의 작은 눈으로 보는 세상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는 하회마을의 아름다움과 꽃이 피고 지는 자연풍경,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 탈춤추면서 살아가는 일탈의 자신을 표현했다. 현실은 어렵고 힘들지만, 시적 세계에서는 기쁘고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는 지난해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으로 등단했다. 지금은 대한문인협회 대구경북지회 정회원과 (사)창작문화예술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꽃뫼'(시음사)라는 자신의 첫 번째 시집을 지난해 출간했다. 올해는 '아름다운 사람들'(시음사)이라는 제목의 두 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그의 시는 대한문인협회 좋은시, 금주의 시, 낭송시 등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대한문인협회 이달의 시인 선정, 한국문학 올해의 작가 우수상, 2018년 특별 초대 시인 작품 시화전 선정 등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그의 시 '처녀귀신 총각귀신'에서는 하회 탈춤을 추다가 물에 빠지거나, 백혈병, 자살, 암, 술병 등으로 생을 마감했던 총각 탈춤꾼들의 넋을 기리면서 '무진생 각시탈이 이뻐서 또 그렇게 신명나게 총각귀신 될 놈들이 줄을 선다'고 표현한다.

최영호 씨는 "벼랑 끝에 매달려 붙들고 있을 수 있는 용기는 누구나 있지만, 잡은 가지를 놓을 결단으로 글을 쓴다"며 "총각 귀신 그들이 꽃피우지 못한 가지는 부러졌지만, '꽃뫼'(하회마을의 주산 이름)에는 봄이오고 여름이 왔다. 전통문화를 꽃피우기 위해 맥을 이어가다 죽은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했다.

최영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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