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이냐 '희생양'이냐 임원 인사 반발에 또다시 들썩이는 DGB금융그룹

입력 2018-07-11 17:11:21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의 인적 쇄신에 퇴진 임원들의 반발이 거세게 DGB금융그룹이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

DGB금융은 각종 사고로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임을 내세우는 반면, 퇴진 임원들은 '쇄신을 빙자한 특정학교 죽이기 사태'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인사를 둘러싸고 잡음이 진화되지 않은 채 확산한다면 DGB금융과 김태오 회장의 쇄신 작업은 덜컹거릴 수밖에 없고, DGB금융을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게 될 것이 분명해 향후 사태에 지역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반발 나선 퇴진 임원 "명예 회복 해달라"
4일 인사로 옷을 벗게 된 DGB금융지주'DGB대구은행 임원 11명은 인위적인 '특정계열 배제'라는 반발하고 있다. 지난 6월 일괄해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여기에 부당함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요에 의해 사직서를 썼다는 것이 주 요지다.

이들은 9일 대구시내 모처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사표가 수리된 임원 11명 중 9명이 참석했으며 대구은행장에 내정됐다 스스로 용퇴한 김경룡 전 부사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사정이 여의치 못해 참석하지 못한 또 한 명의 임원은 대신 뜻을 같이하겠다는 위임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퇴진 임원 몇몇은 앞서 8일에도 모임을 갖고 이번 인사를 쇄신을 내세운 '특정학교 죽이기 사태'로 규정했다. 일부 퇴진 임원은 김태오 회장을 만나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전달했으며 이에 대한 DGB금융의 답변 기한을 오는 12일 낮 12시로 못박았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원직 복귀', '잔여 임기에 대한 적절한 보상' 등이 김 회장에게 전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간 퇴진 임원들은 HIPO(하이포'High Potential)라는 임원선임 시스템을 내세워 이번 임원 인사를 단행했으나, 이는 명분일 뿐 특정계열'특정학교 출신을 배제하기 위한 도구라고 주장했다. 또한 상위 감독기관의 요구사항이라며 전 임원의 사표를 제출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부당함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30년 넘게 열정을 쏟아 일한 직장에서 마치 죄인처럼 쫓겨난 것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

다만 퇴진 임원들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DGB금융 측에서 성실히 답변해줄 것을 기다리기로 했다 만약 그렇지 못할 때에는 단체행동 등 적극적으로 반발에 돌입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DGB금융, 쇄신 고삐 당겨
DGB금융 측은 이번 인사로 그룹의 이미지 개선에 속도를 높였다고 자평하면서 곧 있을 계열사 임원 인사, 대구은행 조직개편에 있어서도 '쇄신'에 힘을 싣겠다는 방침이다.

은행측 관계자는 "김태오 회장이 취임 이후 대대적으로 단행한 인적 쇄신이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며 "각종 악재로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DGB금융은 '비자금 조성'과 '채용 비리 의혹'으로 전임 회장을 비롯해 임직원이 대거 재판에 넘겨지면서 조직이 크게 혼란을 겪은 상태다. 주요 임원들에 대한 신뢰도 역시 크게 흔들렸고 특히 그룹 내 경영 비리 사건에 자유로울 수 없는 인사들도 상당해 지역 시민단체 안팎에서는 인적 쇄신 요구가 잇따랐다.

DGB금융 측은 다만 퇴진 임원의 반발과 관련 "생살을 떼어내는데 아픔이 없을 수 없다"며 조직의 쇄신 작업에 희생을 감수해준 데 이들에 대한 보상 등에 대한 논의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쇄신의 첫 행보를 내딛은 DGB금융 측은 시한이 다가오는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하이투자증권 인수는 대구은행으로 쏠린 그룹의 비중을 분산함과 동시에 사업 다각화 등 그룹의 미래 확장성에 크게 관여돼 사활을 걸다시피하는 사업이다.

실제로 첫 외부 출신인 김태오 회장은 취임식에서 그동안 실추된 그룹의 신뢰도 회복과 지배구조 개선,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하이투자증권의 적극적인 인수를 포부로 내세웠고, 사태 수습과 지배구조 개선 등 경영정상화 이행 각서를 감독 기관에 제출했다.

퇴진 임원들의 반발을 야기한 이번 임원 인사는 그 첫단추를 꿰는 작업의 일환인 셈. DGB금융은 17명의 지주와 은행 임원 중 6명을 제외한 11명을 교체하면서 3본부 1소 10개 부서를 5본부 1소 15개 부서로 바꾸는 조직개편도 단행하면서 '환골탈퇴' 의지를 내보였다.

DGB금융은 하이투자증권 인수와 관련해 이달 중에 서류를 보완해 금융감독원에 인허가 재심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DGB금융그룹은 지난해 12월 금감원에 하이투자증권 자회사 편입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제출했지만 올 1월 금감원으로부터 서류 보완 요청을 받은 후 심사가 중단됐다.

심사가 중단된 배경에는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이 대구은행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는 점 등이 작용했다.

하이투자증권의 대주주인 현대미포조선과의 인수 계약기간도 종전 3월에서 9월 말로 연기했다. 만약 계약이 불발되면 100억원 이상의 금전적 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인수 작업에 사활을 걸다시피하고 있다. 오는 9월 말까지는 당국의 승인과 주주총회 등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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