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부터 식당 운영하며 고된 나날, 술로 시름 달래다 건강 망가져
간기증 해주겠다는 착한 아들 있지만 3천만원 달하는 수술비 마련 막막
"입원 생활이 길어지니 몸이 많이 힘드네요. 빈 속에 약만 자꾸 먹으니 속도 안 좋고… 수술하기 전에 기운을 차려야 하는데…"
간경화 말기로 간이식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 김경미(가명·52) 씨가 바짝 마른 입술을 달싹거렸다. 들릴락말락한 목소리에는 쇳소리가 섞여 나왔다. 김 씨는 숨이 가쁜 듯 한마디를 할때마다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 20년 전부터 식당일 하며 고된 나날, 술로 시름 달래다 간경화
20여년 전 의료폐기물 처리사업을 했던 남편은 벌이가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꽤 안정적이었던 살림살이는 남편이 친구의 제안으로 다른 사업에 손을 대면서 무너져내렸다. 사업이 크게 실패하면서 경제적 파탄 상태가 된 것. 김 씨는 "한 순간에 모든 통장이 압류되고 빈털터리로 집에서 쫓겨났다. 살림살이도 이삿짐센터에 1년 넘게 맡겨놨을 정도였다"고 했다.
남편의 도산으로 전 재산을 잃었지만 김 씨 부부는 낙담하지 않았다. 김 씨는 시부모와 함께 살며 부지런히 일거리를 찾아다녔다. 1년쯤 지났을까. 김 씨 부부가 땀흘려 사는 모습을 지켜보던 시부모가 작은 가게를 열도록 도움을 줬다.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던 김 씨의 하루하루는 늘 전쟁이었다. 종업원이 연락없이 나오지 않는 날도 많아 남편이 배달을 하고 김 씨가 홀로 주방을 챙겼다. 무거운 조리기구를 반복해서 들다가 팔꿈치 관절 질환이 생기는 등 건강도 많이 해쳤다. 고된 일상에 지친 몸을 끌고 가게에서 술 한잔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하는게 김 씨의 유일한 낙이었다.
김 씨는 "5년 전 다른 용무로 병원에 갔다가 혈압을 쟀는데, 수축기 혈압이 무려 250mmHg이나 됐다"고 했다. 건강한 성인의 수축기 혈압은 120mmHg 이하다.
김 씨의 건강은 심하게 망가진 상태였다. 급성 당뇨병에 심장과 신장 기능도 크게 떨어졌다. 위궤양에 십이지장궤양까지 겹치면서 일상 생활이 어려운 지경에 빠졌다.
◆ 서로 간기증 해주겠다는 두 아들 있지만 3천만원 수술비 막막
한번 굳은 간은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 2년 전부터 김 씨는 어지럼증이 심해졌고, 복수가 차올라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어졌다. 이후 다섯 차례나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버티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간경화 말기 진단과 함께 반드시 간 이식수술이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조언을 들었다. 지난 4월 다시 입원할때는 이식수술이 시급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각각 27세와 19세인 두 아들은 자신의 간을 기증하겠다고 팔을 걷어부쳤다. 장교 후보생으로 군 입대를 앞둔 큰아들 대신 고교생인 둘째 아들이 간 기증을 하려 했지만 어린 시절 소화기 문제로 큰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어 무산됐다.
지난달 육군 소위로 임관한 첫째 아들도 기꺼이 어머니를 위해 간을 내놓기로 했다. 김 씨는 아들의 마음을 애써 거절했다. 그는 "군인이면 다른 직종보다 몸이 건강해야 하는데 행여 군 생활에 지장을 받을까봐 간 기증을 받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당차고 책임감이 강한 첫 째는 늘 제 할 일을 알아서 했고, 이젠 듬직하게 남편의 자리까지 대신하고 있다. 큰아들은 군에 입대하면서도 동생에게 "어머니의 저염식 식단을 잘 챙기라"고 신신당부할 정도로 속이 깊다. 그러나 김 씨는 아들을 잘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이 더욱 크다.
두 아들의 끈질긴 설득 끝에 김 씨는 이식 수술을 받기로 마음을 바꿨다. 문제는 3천만원 가량으로 예상되는 수술비다. 매달 80만원 정도인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하는 형편이고, 이미 생활자금으로 1천5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처지여서다.
김 씨는 "간 이식 수술로 건강을 회복한다면 몸 관리를 잘해서 두 아들 곁을 오래 지켜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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