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대구공항 청사진, 대구경북의 미래]<2>저비용항공사 유치, 지역공항 허브화

입력 2018-07-12 05:00:00

LCC와 물류업체 활용하는 이탈리아 말펜사, 오리오 알세리오 공항

이탈리아 밀라노 지역 말펜사 공항은 저비용항공사(LCC)를 대거 유치하고 글로벌 물류업체의 화물 수송 거점 역할을 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지난 5월 4일(현지시각) 말펜사 공항 한 물류 터미널 앞에 화물 운반 카트가 줄지어 서 있는 모습. 홍준헌 기자
이탈리아 밀라노 지역 말펜사 공항은 저비용항공사(LCC)를 대거 유치하고 글로벌 물류업체의 화물 수송 거점 역할을 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지난 5월 4일(현지시각) 말펜사 공항 한 물류 터미널 앞에 화물 운반 카트가 줄지어 서 있는 모습. 홍준헌 기자

이탈리아 북부지역 밀라노의 공항들은 저비용항공사(LCC)와 물류운송업체를 적극 유치해 관광객 및 비즈니스객, 소형 화물을 끊임없이 불러모으고 있었다. 저비용항공사는 각 공항의 경영 수지를 좌지우지할 만큼 지역 경제에 중대한 역할을 한다.

특히 말펜사, 베르가모 공항은 대다수 노선을 LCC가 운항하는 국제선으로 운용해 이탈리아 북부 항공수요를 책임진다. 여객들이 최근 대형 국적기의 안락함과 양질의 서비스 대신 LCC 항공사의 저렴한 비용과 운항 시간의 다양한 선택권을 선호하는 점을 중요하게 의식한 결과다.

◆이지젯 항공의 말펜사 공항, 라이언 항공의 베르가모 공항

말펜사 공항(롬바르디아 바레세, 밀라노 북서쪽 50㎞ 거리)은 터미널 2곳, 활주로 2개(각각 3천m, 4천m) 규모의 이탈리아 관문 공항이다. 지난해 기준 연간 수송여객 2천200만 명, 화물운송량 18만t 규모를 자랑한다.

말펜사 공항은 영국계 LCC인 이지젯 항공이 이곳을 허브로 삼게끔 공항 제2터미널을 단독 사용할 권한을 내주고 있다. 이는 한 때 공항 운영에 대한 LCC의 비중을 몰라본 것을 반성하고 LCC 투자를 공격적으로 펼쳐 여객 증가를 꾀하는 전략의 하나다.

지난 2008년 말펜사 공항 측은 제3활주로 건설 등을 포함하는 거액의 신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운영비용을 높이고 공항을 이용하는 LCC들에게 부담이 커지자 이곳을 허브 공항으로 이용하던 알이탈리아항공은 말펜사 비행편의 60%가량인 181편 노선을 중단하고 장거리 노선 17개 중 14개를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으로 옮기는 '허브 이전' 정책을 폈다.

교통량 절반가량을 잃은 말펜사 공항은 승객 수가 2008년 1억9천200만명에서 2009년 1억7천600만 명 등으로 해를 거듭할 수록 급격히 줄었다. 루프트한자 등 대형 항공사 유치를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밀라노~로마 간 국내선 수요도 고속철도에 빼앗겼다.

말펜사 공항은 부랴부랴 영국계 LCC인 이지젯항공을 유치하고 제2터미널을 단독 사용할 권한을 주며 전향적 태도를 취했다. 이후 LCC 노선을 재확충하고 국가에서 국가로 이동하는 국제 환승거점 역할을 되찾으면서 2017년에야 과거의 영향력을 회복했다.

이지젯 외에도 라이언에어 항공, 블루 파노라마 항공, 유로 플라이 항공, 리빙스턴 에너지 항공, 네오스 항공, 볼라레 항공 등 다수 LCC가 말펜사 공항을 자사의 유럽 허브 공항으로 삼고 있다. 오늘날 말펜사 공항은 각 항공사별로 맞춤형 지원책을 약속하며 여객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이지젯에 전용 터미널을 제공했다면, 라이언에어에는 공항세와 착륙세를 간접적으로 절감해 준다는 것이다.

베르가모 공항도 밀라노 동쪽 권역인 롬바디 지역에서 이민자와 근로자, 비즈니스 여객 수요를 충당하고 있다. 이곳은 아일랜드 저비용 항공사인 라이언 에어의 여객 비중이 82%에 달할 만큼 LCC 이용도가 높다.

베르가모 공항 측은 이곳을 거점 삼는 항공사들이 더 많은 여객을 유치할 수록 재정 인센티브를 추가 부여하는 경쟁 체계를 확립했다. 이런 전략은 LCC들로 하여금 여객 대상 서비스 품질과 여객의 공항 재이용률을 높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

베르가모 공항은 2003년 연간 여객 280만 명 규모의 이탈리아 8위 공항에서 지난해 1천200만 명으로 수요가 급증, 이탈리아 3위 공항으로 올라섰다.

매년 급증하는 여객 수요를 감당하고자 베르가모 공항 측은 최근 정부로부터 공항 접근성 향상이라는 지원책을 따냈다. 오는 2022년까지 정부 재정을 지원받아 기존 버스로만 이동하던 베르가모 공항~철도역 사이를 10분 내 연결하는 공항철도를 짓고 승객 편의를 더욱 높이는 것이다.

◆소규모 택배 물류 집중, 공항-물류업체 윈윈

이탈리아 밀라노 지역 말펜사 공항은 페덱스, DHL 등 글로벌 물류 회사에 화물 터미널 등 시설을 제공하면서 화물 거점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반대로 물류 회사들은 항공기에 싣는 소형 화물 운반량을 늘리며 공항 매출 증대에 기여한다. 지난 5월 4일(현지 시각) 말펜사 공항 페덱스 화물터미널에서 페덱스 관계자가 화물 분류 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 지역 말펜사 공항은 페덱스, DHL 등 글로벌 물류 회사에 화물 터미널 등 시설을 제공하면서 화물 거점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반대로 물류 회사들은 항공기에 싣는 소형 화물 운반량을 늘리며 공항 매출 증대에 기여한다. 지난 5월 4일(현지 시각) 말펜사 공항 페덱스 화물터미널에서 페덱스 관계자가 화물 분류 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밀라노 지역 중소 지역공항은 물류업체가 운반하는 대량의 소형 화물 덕분에 비행 수요를 늘리며 재정 규모를 키운다. LCC 항공사, 화물 항공기를 보유한 물류업체도 이 같은 공항을 거점으로 삼으며 매출 증대에 기여하는 대신 공항으로부터 물류창고 등을 지원받는다.

말펜사 공항은 글로벌 물류업체인 DHL 익스프레스, 페덱스와 각각 제휴해 유럽 안팎으로 대량의 밸리카고(여객기 동체 하부 화물실에 싣는 화물)를 운송한다.

물류 업체들은 말펜사 공항을 물류 거점으로 삼으며 이곳을 중심으로 자사 화물기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페덱스는 지난 2015년 경쟁사 TNT와 합병한 뒤 지난해 말쯤 기존 말펜사 공항 내 보유했던 물류창고를 2배 확장했다. 최근에는 맞춤형 분류시설 등 다양한 투자를 하며 수송 능력을 키우고 있다.

DHL은 올해 중 이곳 말펜사 카고시티(Cargo city, 화물도시)에 9천만유로(한화 1천187억원 상당)의 물류허브를 신설한다. 말펜사 공항 관계자는 "DHL이 말펜사 공항을 유럽을 중심으로 해 국제 상품을 운송하는 이탈리아 주요 관문으로 발전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4일(현지시각) 말펜사 공항에 대기 중인 페덱스 화물 수송기 앞에서 로버트 벨로니 SEA 운영과장이 화물 수송 거점으로서의 공항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홍준헌 기자
지난 5월 4일(현지시각) 말펜사 공항에 대기 중인 페덱스 화물 수송기 앞에서 로버트 벨로니 SEA 운영과장이 화물 수송 거점으로서의 공항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홍준헌 기자

베르가모 공항 역시 물류 운송이 비행 수요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베르가모 공항 측은 "올해 기준 이 공항 화물운송 기능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기업은 글로벌 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라고 설명했다.

공항 측은 그 밖에도 DHL, 페덱스, UPS 등 국제 물류업체가 뒤따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베르가모 공항 관계자는 "롬바디 권역에서 생산한 자동차 부품과 기계, 약품, 섬유 등을 수송하는 것은 기본이다"며 "나아가 수시로 유럽 내 국가와 지역을 오가는 소형 택배화물 운반 비중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공항의 소형 화물 운송 비중이 높은 것은 두 곳을 주로 사용하는 LCC의 항공기 카고밸리 용량이 대형 화물보다도 소규모 화물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국제 전자상거래의 급성장 추세를 따르려면 장거리 비행을 하는 대형 항공기들보다는 비교적 소규모인 LCC 항공기가 인접 국가 간 단시간 배송에 유리하다는 점도 또 다른 이유다.

이처럼 유럽 물류 업체들과 LCC들은 말펜사, 베르가모처럼 성장 중인 공항을 물류 거점으로 삼는 대신 저렴한 가격에 물류창고 부지를 빌려 쓰거나 시설 신축 지원을 받으며 공항 측과 윈-윈 하는 추세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홍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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