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통신] 담장 너머 이야기

입력 2018-07-06 05:00:00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이후 처음인데, 여기 왔다 가면 맛이 개운치가 않다. 그때는 정무수석이 질문도 못 하게 했다." 지난 3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여야 대표 회동에서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고압적 태도를 지칭하며 한 발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23일 자신의 첫 재판에서 다스 소송비를 삼성이 대납했다는 혐의에 대해 "어디 삼성 부회장이 약속도 없이 청와대에 오겠나"라며 청와대는 외부인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우리나라 최고 기업 2인자가 와도 청와대 철문 자물통은 열리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청와대는 국민들이 보기에 가장 높은 곳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달 1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고압적 청와대, 권위적 청와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여전히 국민들의 일반적 시선은 청와대를 '높디 높은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문 대통령도 공개 석상에서 밝힌 셈이다.

청와대 담장은 마주하고 있는 경복궁 담장보다 훨씬 낮지만 심리적 정서적 담장의 높이는 교도소 담장보다 훨씬 더 높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 주말 대구에 갔다가 만난 기업인들도 기자에게 청와대 담장 얘기를 꺼냈다. 이달부터 시작된 근로시간 단축이 가져올 지역 산업현장의 아우성에 대해 청와대가 못 들은 척 담장을 쳐놓고 있다는 것이었다.

건설업체 CEO는 "날씨에 민감한 건설업종은 비가 와서 일을 못하면 공기를 맞추기 위해 단기간에 몰아서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일괄적 근로시간 단축이 말이 되느냐"고 했고, 성주의 한 제조업체 CEO는 "성주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아니면 일손이 없는데 근로시간 단축을 하면 도대체 어디서 새 일손을 구한다는 말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제가 대통령입니까?" 기자는 역공을 펴면서 화제를 돌렸지만 그들의 하소연에는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

영국의 정치철학자 D. 라파엘은 민주주의 정부에 대해 얘기하면서 "통치자는 국민을 위해 가장 좋으리라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국민도 원해야 한다고 추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혹시 라파엘의 분석에 부합하는 것이 아닌지, 국민들은 걱정하고 있다.

청와대 담장을 낮추고 대통령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얘기 듣는 기회를 늘리는 것이 어떨까. 그것이 민주주의라고 기자는 학교에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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