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빵을 왜 먹을까. 배 고픈 자에겐 한 끼의 식사가 되고 배 부른 자에겐 간식이 되기도 한다.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쌀 대신 빵을 먹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직장인, 학생, 여성들까지 간편식으로 빵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빵은 밀가루가 주재료다. 미국에서 건너온 수입산 밀이다. 밀가루빵은 성인병과 비만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럼 건강에 좋은 빵을 만들 수 없을까. 대구 반월당에 있는 '행복빵'이 대안으로 등장했다. 밀가루 대신 현미를 사용하고 한약재까지 넣은 자연발효 쌀빵이다. 이런 한약재 쌀빵은 전국에서 유일하다. 성인병 예방과 여성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좋다. 평생을 한의사로 살아온 변정환(87) 대구한의대 명예교수가 고안해 만들었다. 대구시민의 건강을 지켜주는 맛깔스러운 행복빵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커피에 찰빵 한조각 "味치네"
대구 반월당 행복빵 가게. 테이블이 5개 정도 놓여 있는 아담한 공간이다. 향기로운 빵 냄새와 커피향이 어울러져 코를 자극하고 있다. 한켠에는 빵이 진열돼 있고 또 다른 한켠에는 원두커피를 뽑고 있다. 오전 9시가 되자 오븐에서 갓 구운 따끈한 빵이 나왔다. 여성 손님 3명이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곁들여 빵을 먹고 있다. "빵 진짜 맛있네. 쫀득하고 인절미 같잖아." 손님들은 시식용 빵 한조각을 입에 넣어 씹고는 신기한 듯 종알거렸다. "사장님, 이게 무슨 빵이에요?" "네. 현미와 한약재, 밤, 깨 등을 넣어 만든 찰빵이에요. 포만감이 뛰어나 다이어트에도 좋아요." 손님들은 사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손님들은 빵 맛에 사로잡혀 빵 한조각을 또 다시 입에 넣는다. 손님 얼굴엔 행복감이 넘친다. 그리고 커피를 다 마시고 빵 진열대로 다가갔다. 손님들은 점심 대용으로 빵 몇 봉지씩 사서 가게를 떠났다.
◆한약재 넣은 건강빵 40여종
행복빵은 일반빵과 달리 재료, 만드는 방식이 특별하다. 밀가루 대신 쌀, 현미, 율무를 사용하고 맥문동, 향부자, 치자 같은 한약재를 넣어 만든다. 그리고 일반빵의 기본 재료인 계란, 우유, 흰설탕, 방부제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건강 한약 천연발효빵이다. 행복빵 종류만 찰빵, 계피빵, 쑥빵 등 40여 가지 개발했다. 크림이 있는 빵은 식물성 크림만 사용했다. 또 호박, 고구마, 팥 등 안꼬를 넣은 빵도 있다. 머핀, 상투과자, 러스크 등 간식빵도 있다. 식사 대용의 식빵, 모닝빵도 개발했다. 식감은 달지 않고 담백하고 쫄깃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행복빵은 여러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쌀과 한약재를 반죽기에 넣어 반죽한 뒤 숙성기에서 20시간 숙성을 시킨다. 그리고 냉장고에 2시간, 실온 발효기에 3시간 넣어둔다. 그런 뒤 오븐에 굽는다. 일반빵은 4, 5시간 숙성이 고작이다. 행복빵은 이산화탄소를 많이 빼야하므로 발효 시간이 오래 걸린다.
◆성인병환자'다이어트에 인기
행복빵은 당일 만들어 판매한다. 일반빵에 비해 소화가 잘돼 먹어도 배가 더부룩하지 않다. 손님은 건강빵이라는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음식을 가려 먹는 성인병 환자들이 많이 찾는다. 또 아토피 환자, 채식주의자, 미식가, 밥 대신 빵을 먹는 분 등 손님은 다양하다. 손님은 요즘 하루 100여 명을 넘고 있다. 전국에서 배달 주문도 하고 있다. 50대 당뇨 환자는 "6개월째 행복빵으로 계피빵, 잡곡빵, 식빵을 먹고 있다. 당수치가 개선돼 건강이 회복되고 있다"고 했다. 3대가 채식주의자인 한가족은 "1년째 행복빵을 즐기고 있다. 매주 가게에 와 빵을 먹고 사가기도 한다"고 했다. 다이어트 중인 20대 직장 여성은 "아침, 점심 식사 대용으로 빵을 먹고 있는데 감량 효과를 봤다"고 했다. 한 학부모는 "초교생 아이들에게 건강식으로 줄 행복빵을 매일 사러 온다"고 했다.
◆대구 대표 건강빵 육성 목표
행복빵이 나오기까지는 4년여 연구과정을 거쳤다. 변정환 대구한의대 명예총장이 고안했다. 2016년 이 대학 약선식품브랜드화사업단과 MOU를 체결해 빵 개발이 본격화됐다. 배만종, 김수민 교수 등이 동참해 재료 혼합과 발효기술을 연구했다.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온전한 빵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예병일(42) 빵실장의 노력이 컸다. 빵의 모양과 부피를 잡아주는 계란과 부드러움을 유지해주는 우유를 안 넣고도 정상적인 빵을 만들어냈다. 수개월간 매일 테스트 하면서 재료를 버린 양도 헤아릴 수 없다. 그런데 결국 반죽에서 해답을 찾았다. 얼음을 집어넣어 반죽을 차게 했다. 제대로 빵 모양이 나왔다. 빵 맛도 처음엔 퍼석하고 뻑뻑했지만 지금은 부드러워졌다. 진짜 빵같은 식감을 찾았다. 김광수 비서실장은 "한약재를 넣은 쌀빵은 시민 건강을 고려한 획기적인 빵이다. 한방 도시인 대구약령시와 협력해 대구를 대표하는 건강빵으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김동석 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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