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론새평] 남북 관계에도 '무신불립'

입력 2018-07-04 11:21:55 수정 2018-07-05 08:22:46

김대영 (사)대한민국지식중심 이사장

서울대 정치학과 박사. 동북아역사재단 기획실장. 경희대 공공대학원 겸임교수
서울대 정치학과 박사. 동북아역사재단 기획실장. 경희대 공공대학원 겸임교수

北 '핵·경제 병진노선' 폐지 신뢰 마련

우리도 초당적 사회 합의 도출 필요

美의회, 대통령 외교 공동 점검·견제

정권 바뀌어도 일관된 정책 보여야

어제와 오늘 평양의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는 남북 통일농구대회가 열리고 있다. 2003년에 같은 장소에서 남북 통일농구대회가 열린 지 15년 만이다. 매년 열자고 약속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15년의 세월이 무심코 흘렀고, 그 과정에는 온갖 적대 행위와 무력 충돌도 있었다. 급기야 북한의 핵 개발로 말미암아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발발하는 공포에 사로잡히기도 했었는데, 남북 화해의 분위기에서 치러지는 통일농구대회를 보면서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다.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한반도에는 거대한 평화의 기운이 몰려오고 있다.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일이 일어났다. 북중 정상회담이 세 차례나 개최되었고, 한러 정상회담이 개최되었으며, 북미 간에는 긴밀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남북 관계도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연기로 말미암아 급속히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었고, 제8차 장성급 군사회담을 통해 군 통신선이 복구되었으며, 체육회담을 통해 오늘의 남북 통일농구대회가 성사되었다. 한반도에서 냉전의 마지막 장이 순식간에 떨어져 나갈 것만 같다.

그러나 일련의 협상과 행사만으로는 결코 평화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이번 남북 통일농구대회 일정은 7·4공동성명을 기념해서 잡힌 것인데, 1972년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 간에 공식적으로 무력 통일을 포기한다는 합의가 발표되자 전 세계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대결이 끝난 줄만 알았다. 그리고 1974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북한에 '불가침협정'을 제안했을 때, 1991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상호불가침을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를 발표했을 때, 또 2000년의 '6·15공동선언'과 2007년의 '10·4공동선언'이 합의되었을 때 우리는 큰 희망을 품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공자는 '믿음이 없으면 서지 못한다' (無信不立)며 정치의 요체를 국민의 신뢰에서 찾았다. 이는 국내 정치에서뿐만 아니라 남북 관계에도 해당된다. 서로 믿지 못한다면 협상과 행사는 속셈을 감추는 속임수일 따름이다. 북한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핵·경제 병진노선'을 폐지하고 경제 개발에 매진할 것을 결정함으로써 신뢰의 토대를 형성했다. 우리에게도 정권의 변화에 따라 대북 노선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 그것은 초당적인 국회의 대북결의안으로 가능하다.

여당의 당 대표나 원내대표는 수시로 초당 외교를 주장하고 있지만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초당 외교를 내세우면서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야당 비판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초당 외교를 하려면 야당과 더불어 생각이 다른 사람들까지 아우르는 사회 통합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만 한다. 미국의 하원 외교위원회는 지난 5월 1일에 북미 정상회담을 환영하는 초당적 결의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며, 6월 6일에는 비핵화 협상 과정을 의회에 보고토록 하는 '북한핵 기준 법안'을 초당적으로 발의했다. 미국 의회는 이처럼 대통령의 외교를 공동으로 점검하고 견제함으로써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낸다.

'대통령의 독주'와 '야당의 발목잡기'는 대통령제의 고질적인 병폐이지만, 초당 외교를 통해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정당 간 협력을 통해 사회적 이견을 수렴하여 국민을 안심시키고 상대방 국가들과 신뢰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정당 지도자들의 몫이다. 아무쪼록 역사적 대전환의 시점에서 초당적 협력을 통해 정권이 바뀌어도 변치 않는 대한민국의 일관된 정책 노선을 보여주길 바라는 바이다.

김대영 (사)대한민국지식중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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