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소원은 지적장애 두 아들의 자립…택시운전으로 지적장애 1급 두 아들 포함 4남매 키워
부인과 2년 전 사별, "아이들 잘 챙겨주지 못해 미안해"
'딩동' 벨소리와 함께 학교에서 돌아온 오상혁(가명·8)군이 아버지 오명주(가명·58) 씨 품에 안겼다. 티 없이 맑은 눈으로 아버지를 올려다보는 오 군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하지만 아들을 바라보는 오 씨의 마음은 편치 않다. 올해 초 지적장애 1급 판정을 받은 아들이 일반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 상혁군은 초등학교 1학년이지만 아직 자기 이름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
◆다리 불편한 아버지, 지적장애 두 아들 등 4남매 키워
오 씨네 4남매 중 두 아들은 지적장애 1급이다. 막내 상혁 군은 이름의 획을 제 자리에 긋지 못한다. 언어발달이나 정신연령은 3, 4세 수준이다.
그나마 장애판정을 받은 후 사회복지기관의 지원으로 2시간 씩 매주 4차례 받고 있는 언어치료가 효과를 보고 있다. 오 씨는 "요즘 학교에 찾아가면 선생님이 '상혁이가 그만하자고 해도 끝까지 하려고 노력한다. 칭찬 많이 해 달라'고 말할 정도로 학습 태도가 좋다고 해 마음이 놓인다"면서 "다만 언어능력이 또래에 비해 부족해서인지 교우관계는 거의 형성하지 못하고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셋째 진혁(가명·14) 군은 장애 정도가 심해 특수학교에 다닌다. 진혁 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기저귀를 찼고, 요즘도 대변을 보고 뒷처리를 스스로 하지 못한다. 최근 받은 검사에서는 발달정도가 2.7세 수준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낮에는 활동보조교사가 도와주지만 밤에는 오 씨가 늘 긴장해야한다.
두 아들을 챙기는 오 씨도 소아마비에 따른 지체장애 2급으로 오른쪽 다리를 전혀 쓰지 못한다. 법인택시 기사로 15년을 일하며 생계를 유지했고, 3년 전부터는 개인택시를 몰고 있다. 오 씨는 "낮에는 손님이 별로 없어 집안일을 챙기고 저녁 늦게 출근, 5시간 정도를 운행한뒤 돌아와 아이들 등교를 챙긴다"고 했다.
◆ 2년 전 아내와 사별, "생활고에 아이들 제대로 못 챙겨줘 미안"
오 씨가 홀로 모든 짐을 짊어진 건 2년 전부터다. 유난히 기침이 오래가는듯했던 아내는 병원에서 폐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오 씨와 아이들의 정성에도 아내는 결국 암 진단을 받은 지 1년 만에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
오 씨는 "아내가 눈을 감기 전까지 아이들 걱정을 참 많이 했다. 아이들 때문에 죽을 수 없다며 울면서 매달리기도 했다"며 "걱정하는 아내에게 '내가 어떻게든 잘 키울 테니 마음 놓으라'고 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은 아이들에게도 큰 상처로 남았다. 어머니를 간병하며 곁에서 떠나지 않았던 큰딸 민아(가명·18) 양은 한 때 "엄마를 따라가고 싶다"고 할 정도로 우울증을 앓았다. 여섯 살이었던 상혁 군도 엄마의 투병생활에 대한 기억이 강하게 남은 탓인지 병원에 가면 유난히 엄마를 찾는다. 때때로 누나나 활동보조교사를 엄마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이들이 심리치료라도 받게 해주고 싶지만 기초생활수급비 100만원에 택시 운전으로 버는 50만원 정도로 살림을 꾸려야 하는 형편에선 꿈도 꾸지 못한다. 고등학교 1학년과 3학년인 두 아이에게 필요한 학비도 만만치 않고, 이미 아내의 치료비로 진 빚만 3천500만원이나 된다.
아이들의 치료비와 재활치료비도 상당한 부담이다. 상혁 군은 2년 전 사시 교정 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아래쪽을 잘 보지못해 재수술이 필요한 상화이다. 언어치료와 심리치료도 내년부터는 직접 비용을 내야한다.
오 씨는 버거운 현실을 딛고 어떻게든 가정을 지켜나갈 생각이다. "애들은 다들 잘 키워놨다고 할 정도로 착해요. 아이들을 잘 챙겨주지 못하는 게 안타깝지만 아버지 마음을 안다면 잘 커줄 거라 믿습니다. 특히 상혁이가 앞으로 치료를 잘 받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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