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최소화와 복구에 재난 정책 초점…안전지수 평균 3등급, 안심하기 이르다
재난은 늘 우리 삶 주변에 도사리고 있다. 언제 어디에서 일어날지 예상하기 어렵고 늘 반복되며, 일단 발생하면 깊은 생채기를 남긴다. 다만 재난은 충분한 예측과 예방을 통해 피해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지금껏 지방정부의 대응은 대부분 '사후약방문'에 그쳤다. 재난 후 피해 복구보다는 위험요소를 미리 탐지해 예방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주변에 도사리는 위험요소를 확인하고 적절한 대응책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5회에 걸쳐 살펴본다.

그동안 대구는 유독 '인재(人災)'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1995년 도시철도 1호선 상인역 건설현장 폭발 사고를 비롯해 2003년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 화재 참사, 2005년 서문시장 2지구 화재 전소, 2016년 서문시장 4지구 화재 전소 등 굵직한 재난 참사로 수백여명의 사상자가 나고 엄청난 재산피해를 입었다. 최근에는 경주와 포항에서 잇따른 지진 여파로 대구경북민들에게 깊은 정신적 외상을 남겼다.
그럼에도 대구는 여전히 '재난도시'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도심 곳곳에 재난 위험 요소가 도사리는 데도 예방보다는 피해 최소화와 복구에 재난 정책 초점이 맞춰져서다. 예방부터 수습까지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의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대구시 지역안전지수는 평균 3등급, 구·군 지역마다 재난 특색 달라
행정안전부는 경찰청과 소방청, 보건복지부 등으로부터 사건사고 통계를 제공받아 매년 한 차례씩 7개 분야(화재, 교통사고, 자연재해, 범죄, 생활안전, 자살, 감염병)에 걸쳐 지역안전지수를 산출해 5단계 등급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대구시는 지역안전지수 7개 분야에서 보통 수준인 평균 3등급을 받았다. 전국 8개 특별·광역시와 비교하면 대구는 교통사고(7위)와 자살(5위), 감염병(8위)가 취약했고, 화재(3위)와 자연재해(2위), 범죄(3위), 생활안전(2위) 분야는 평균 이상을 보였다.
구·군별로도 안전 위험도의 차이가 뚜렷했다. 유동인구나 상가가 많은 도심일수록 화재와 교통사고, 강력 범죄 등 사회적 재난에 취약했다. 반면 부도심 지역은 교통사고율이 높거나, 곳에 따라 자살율이 높았다.
실제로 도심인 중구는 지난해 화재 분야에서 대구 8개 기초단체 중 가장 낮은 5등급을 받았다. 발생 사고와 피해자 수, 화재 취약 요인이 많지만 위기 대응 능력이 못 미쳤던 것.
인구 1만 명을 기준으로 중구에선 화재 사망자 0.124명, 화재 발생 건수 11.677건으로 타 지역보다 피해가 유독 많았다. 화재 취약 업종인 음식점·주점업의 종사자는 1천379명으로 평균 300명 수준인 타 구·군을 크게 웃돌았다. 노인·여성·청소년 등 재난 약자도 대구에서 가장 많은 2천530명을 기록했다.
반면 도농복합지역인 달성군은 화재 피해나 취약점이 다른 지역보다 적었다. 인구 1만명 당 병상 수는 106.45개로 가장 적었지만, 위기 대응 능력을 가늠하는 재정 자립도가 66.2%로 가장 높았다.
대구시 안전정책관실 관계자는 "지수 등급보다는 등급 산출에 쓰인 사건사고 건수를 보면 각 지역별 재난 경향이 보인다. 이에 따라 지자체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복되는 '사후약방문', 외국에선 수십년 걸쳐 예방책 다듬어
재난이 발생했을 때 가장 긴밀하게 대응할 주체는 지방정부와 민간이다. 그간 지방정부는 재난 세부정책이 없고, 인력과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예방보다 수습에 매달려 왔다. 이런 대응책도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에 못 미친 채 관료나 전문가들의 책상머리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담당 공무원들의 잦은 자리 이동과 전문성 부족으로 정책이 이어지지 않고 관행적인 대책 마련에 그치는 점도 문제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나 밀양 요양병원 화재 참사 등 특정 재난이 발생하면 사후대책을 마련하는 건 가능해도,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참사를 미리 살필 혜안은 없다는 뜻이다.
대구시의 한 재난관련 담당 공무원은 "감염병, 자살 등 보건, 복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사회적 재난은 구·군청 담당 공무원의 힘으로는 예방 대책을 찾기 어렵다"면서 "재난 전문적 공무원이 적다보니 매뉴얼에 없는 드문 재난에는 속수무책"이라고 털어놨다.
이와 달리, 자연재해나 사회적재난이 잦은 미국과 일본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각자 역할을 하는 가운데 민간 기업과 봉사단체, 일반 시민들까지도 재난 대비 교육 및 복구 과정에 일사불란하게 참여해 재난에 대응하는 점이 특징이다.
최용준 대구경북연구원 박사는 "경주, 포항 지진 때 주유소와 공장, 가스 저장소 등 위험물 저장시설이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고 그 바로 주변에 대피소가 있는 모습을 봤다. 재난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증거"라며 "지역안전지수를 확대해 지역 특색에 따른 맞춤형 재난체계를 구축하고, 외국처럼 다양한 재난의 정보와 대응법을 평소에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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