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섬유업계의 새로운 먹거리 중 하나로 산업용 섬유가 꼽힌다. 단순한 의류 생산의 경우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운 베트남, 중국 업체들과의 원가 경쟁에서 승산이 없는 반면 산업용 섬유는 기술력을 통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지역 섬유업체들이 경영위기를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산업용 섬유를 무기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업체가 있다. 대구 서구 중리동에 있는 ㈜나경은 블라인드, 커튼 분야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매출액의 절반 가까이가 수출에서 나오는 효자 기업이기도 하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나경은 평범한 섬유가공업체였다. 인근 염색산단이나 서대구산단에서 주문을 받아 섬유의 용도에 맞게 가공하는 작업을 했다. 다만 수시로 주문을 받아 작업을 하다 보니 매출은 시원찮았다. 나경에 가공을 의뢰했던 업체 중 일부는 규모가 커지면서 직접 가공을 하겠다고 설비를 갖추고 나갔다. 순식간에 고객이 경쟁자로 바뀐 셈이다. 지역 섬유업계가 조금씩 쇠퇴하면서 자연스레 주문량도 함께 줄어든 점도 악재였다.
2세 경영인으로 2007년 사업을 물려받은 나경 차윤근(36) 대표는 외부 환경에 휘둘려서는 성장할 수 없다는 생각에 새로운 먹거리를 찾았다. 고민 끝에 블라인드와 커튼 가공작업을 맡으며 쌓아온 기술력을 활용하기로 했다. 나경은 2010년 자체 브랜드 '애니윈'을 런칭하며 본격적으로 블라인드 생산에 나섰다.
당시 40억에도 미치지 못하던 연 매출액은 지난해 146억원으로 크게 늘며 성공을 거뒀다. 차 대표는 "여러 가공 작업을 하다 보니 지역에서 블라인드 원단 가공만큼은 가장 잘한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가공 분야에서만큼은 인지도가 있다 보니 물건을 구입해 줄 곳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표 제품인 블라인드와 커튼의 핵심은 '빛과의 싸움'이다. 빛을 얼마나 제어할 수 있느냐가 품질의 기준이 된다. 차 대표는 지역 블라인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 비결로 압도적인 기술력을 꼽았다. 모든 섬유는 가공을 통해 보온, 방수 등 필요한 기능을 갖추게 되는데, 나경의 경우 오랜 시간 동안 가공 작업을 해 온 만큼 기술력에서 앞서 있다는 것이다.
차 대표는 "빛을 견뎌내는 섬유를 만드는 데도 강점이 있지만 수시로 올리고 내리는 블라인드는 내구성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의외로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라며 "국내에도 자체 브랜드로 블라인드를 생산하는 업체가 10곳이 채 안되는데 그 중에서도 수위에 들만큼 기술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블라인드, 커튼 외에도 산업용 섬유가 필요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지난해에는 저융점 폴리에스테르를 적용해 자동차에 쓰이는 친환경 난연 썬스크린을 제품화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늘어날 생산량에 대비해 경북 경산의 지식산업지구에 제 2공장을 준공하기도 했다. 차 대표는 "기존에 만들던 블라인드나 커튼의 경우 국내 시장은 포화상태"라며 "최근 자동차나 레저 쪽에서 산업용 섬유가 많이 쓰이는 추세다. 요트나 패러글라이딩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에도 응용될 수 있는 만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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