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럽고 투박해도 편하면 좋아! '고프코어 룩' 열풍

입력 2018-07-10 05:00:00

빈폴아웃도어 매장에서 여성고객이 청바지나 정장 팬츠, 슬랙스에도 잘 어울려 일상에서도 멋을 강조 할 수 있는 고프코어 룩 아이템인
빈폴아웃도어 매장에서 여성고객이 청바지나 정장 팬츠, 슬랙스에도 잘 어울려 일상에서도 멋을 강조 할 수 있는 고프코어 룩 아이템인 '로브스타일'을 구경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제공

말끔한 정장 바지와 셔츠에 등산 점퍼를 걸치고 투박한 운동화를 신었다면? 전혀 매칭되지 않을껏 같은 의상을 아무렇게나 자유롭게 걸친 다소 촌스러운 '고프코어'(Gorpcore) 패션이 떠오르고 있다.

'고프(Gorp)'와 '놈코어(Normcore)'의 합성어인데, 고프는 캠핑, 등산 등 아웃도어 활동을 할 때 에너지를 얻기 위해 먹는 간식 '그래놀라'(Granolas), '귀리'(Oats), '건포도'(Raisins), '땅콩'(Peanutes)의 이니셜을 딴 말로 '아웃도어 의류'를 뜻하기도 한다. 여기에다 놈코어룩은 평범하다는 뜻의 '노멀(Normal)'과 핵심이라는 뜻을 지닌 '하드코어(Hardcore)'의 합성어로 평범해 보이지만 감각적인 스타일링을 지닌 룩을 말한다.

패션의 진화가 계속되면서 다양한 유행들이 합쳐져 만들어진 고프코어 룩은 결국 아웃도어 룩의 투박한 디자인이 일상복과 접목된 형태를 일컫는다. 꾸민 듯 안 꾸민 듯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패션이다. 실용적이면서도 심플하고, 건강한 느낌에다 개성까지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웃도어 의류로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 중 일부를 일상복을 포인트 요소로 활용하는 것이 포인트다. '어글리 패션' 일명 '못난이 패션'이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주목받고 있는 패션 트렌드다.

◆아웃도어? 야외에서만 입는 의상이 아닙니다.

개성 넘치는 고프코어 룩을 찾을 수 있는 곳은 단연 아웃도어 매장이다. 아이더 매장에서는 여름을 맞아 쿨링 고프코어 룩을 완성할 수 있는 '썸머 스포티브 슈즈'라인을 선보였다. 대표 인기 품목인 '아이더 레녹스 샌들'은 샌들과 슬리퍼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디자인은 다소 투박하지만 쿠셔닝이 뛰어난 소재를 사용해 편안한 착화감을 선사한다. 발목 뒤 스트랩을 탈부착 할 수 있어 스트랩을 제거하면 슬리퍼로 사용할 수 있다. 또 아이더의 '코플리 재킷'은 화려한 프린트와 라임, 피치, 옐로우, 블루 등 다양한 색상으로 선보여 더운 날 입기 좋은 경량 홀겹 재킷으로 청바지를 비롯해 반바지, 면바지에 쉽게 코디 하여 입을 수 있어서 젊은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등판은 메쉬 소재를 사용하여 열 배출이 잘돼 통기성이 뛰어난 제품이다.

빈폴아웃도어 매장에서는 화려한 나뭇잎 패턴이 프린팅된 '트로피컬 로브'를 선보였다. 지난해 '효리네 민박'을 통해 이효리가 즐겨 입으면서 크게 인기를 얻은 아이템이다. 에어 도트 메쉬 소재를 사용하여 시원하며 긴 기장의 로브(무릎 아래까지 오는 길이의 가운)스타일로 끈을 묶으면 원피스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빈폴아웃도어 매장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로브패션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몸을 따라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실루엣이 슬림 하게 보일 뿐 아니라 화려한 플라워, 나뭇잎 패턴 등이 단 하나만 입어도 포인트를 줄 수 있어 여성 고객들에게 인기가 많다"며 "스타일리시한 일상의 연출부터 휴양지에서의 화려한 리조트룩까지 다양하게 연출이 가능 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7층 스포츠매장 휠라에서는 '빅로고 아노락 재킷'이 출시 이후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고프고어 트렌드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휠라의 빅 로고가 뒷면에 크게 박힌 아노락(지퍼가 전면에, 모자가 뒤에 달린 점퍼) 스타일은 청바지, 핫팬츠 등에 잘 어울린다. 품이 넉넉하여 얼굴을 작아 보이게 하며 다리를 가늘어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액세서리에 주목하라

여성고객이 투박하지만 스타일리시한 어글리슈즈 제품을 구경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제공
여성고객이 투박하지만 스타일리시한 어글리슈즈 제품을 구경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제공

아무리 편안함을 추구하는 룩이라지만 그래도 나만의 센스를 드러내고 싶다면 액세서리 아이템에 신경 쓰는 것이 좋다. 그 중 가장 무난하게 도전 할 수 있는 것이 '운동화'다. 스포츠 브랜드들도 최근의 트렌드에 발맞춰 둔탁한 디자인의 '어글리 스니커즈'를 출시하면서 인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나이키는 뭉툭한 앞코와 두툼한 밑창 디자인'에어맥스 97'를 선보였다. 출시 당시에는 뒤꿈치가 툭 튀어나온 투박한 모양 때문에 인기가 없었지만, 고프코어 룩의 유행에 힘입어 최근 인기 아이템으로 재조명 받고 있다.

뉴발란스매장에서도 지난 4월 출시 한 '608오리지널'이 1·2차 추가 주문 까지 완판되면서, 현재 3차 재입고 될 만큼 효자 아이템으로 각광 받고 있다. 두툼한 디자인의 깔끔한 화이트 색상은 투박하지만 세련된 느낌으로 색다른 매력을 준다. 편안한 착화감과 생활 방수가 가능하여 활용도가 높다.

가방 유행에도 고프코어 열풍이 느껴진다. 1990년대 유행 아이템인 '패니 팩(Fanny pack)'과 '슬링백(Sling bag)'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흔히 '힙색'이라고 불린 패니 팩과, 벨트 형태의 가방끈을 이용해 대각선으로 등에 바짝 붙여 메는 슬링백은 사실 유행이 지나도 한참 지난 스타일로, 실용성 덕분에 에슬레저 활동이나 노동 현장에서 주로 사용되면서 '시장 가방'으로 통칭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스타일은 철저히 무시하며 실용성 만을 추구하는 듯한 이들 시장 가방의 무심한 매력이 '고프코어' 트렌드와 딱 맞아 떨어지면서 올해 화려하게 귀환했다.

빈폴 핸드백 매장에서는 고프코어의 어글리 트렌드를 한층 세련되게 해석한 '블랙 블록 슬링백'을 선보였다. 또한 가죽 로고 패치를 지퍼에 달아 세련된 느낌을 주며 앞으로 돌려 메면 깔끔한 복고풍 느낌을 줄 수 있어 정장에도 코디 하기 좋은 아이템이다.

롯데백화점대구점 정태호 남성팀장은 "최근 어글리 패션 열풍으로 인해 못생겨도 매력 있고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 할 수 있는 패션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잦아졌다"며 "투박하지만 편안하고 실용성에 초첨을 맞춘 고프코어 패션이 패션피플들의 눈을 사로잡으며 촌스러운 패션이 어느 샌가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 졌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 인기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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