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원시인, 선비, 왕건… 관광 캐릭터만 넘쳐나는 대구 남구

입력 2018-06-28 17:28:13 수정 2018-06-28 20:25:18

캐릭터 10종류 사용하면서도 지적재산권은 하나도 없어

남구청이 최근 개발을 마친 관광브랜드 디자인
남구청이 최근 개발을 마친 관광브랜드 디자인 '모디라남구' BI . 대구 남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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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남구청이 공룡, 원시인, 선비, 왕건 등 다양한 기존의 관광지 캐릭터에 새로운 문화관광 디자인까지 개발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관광지를 조성할때마다 상징 캐릭터를 내놓고 있지만 지적재산권도 확보하지 못하는 등 관리도 허술한 형편이다.

남구청은 최근 남구 전체 관광을 상징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BI)로 '모디라 남구-남다른 구석구석' 개발, 특허청에 지적재산권 등록을 신청했다. 이 BI는 지난 3월 선정한 앞산 8경을 주제로 1천500만원을 들여 디자인전문업체에 의뢰해 제작했다. 남구청은 새로 만든 BI를 지역 내 관광지와 기념품, 공식 상호 등 공적·상업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남구에는 이미 10종류의 관광 캐릭터가 지역 내 벽화나 인쇄물 등에 활용되고 있다. 가장 유명한 캐릭터는 고산골 공룡공원에 자리잡은 공룡 캐릭터 8종이다. 왕고, 깜, 디키, 키오, 라우, 고골, 테고, 스핀 등 공룡 캐릭터는 지역의 한 광고물 업체가 개발해 남구청에 5년 간 무상으로 대여했다.

남구청이 개발한 앞산 관광 안내 스마트폰 앱인 '앞산애(愛)고'에는 '선비'가 대표 캐릭터로 등장한다. 지난해 말 충혼탑 지하보도에 조성한 '왕건이야기로(路)'에는 큼지막한 왕건 캐릭터가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이 중 남구청이 지적재산권을 확보한 캐릭터는 전무하다. 남구 곳곳을 채운 캐릭터 중에 구청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는 없는 셈이다.

공룡 캐릭터 개발업체 관계자는 "남구청이 공룡공원을 개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선의로 디자인을 만들어 기부한 것"이라며 "디자인 변경이나 상업적 사용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선비 캐릭터도 문화관광체육부가 공모한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선비이야기 여행'에 선정되면서 제작한 탓에 지적재산권은 개발업체가 갖고 있고 남구청은 사용권만 있다. 왕건 캐릭터도 지적재산권이 없어 사용하려면 왕건 유적지가 있는 대구 동구청과 협의를 거쳐야한다.

주민들은 관광지마다 달라지는 대표 캐릭터가 혼란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 이태석(36) 씨는 "이미 남구 관광지에 다양한 캐릭터가 많은데 또 관광 브랜드 디자인이 나오면 관광객 입장에서 오히려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남구청 관계자는 "원래 BI를 먼저 개발한 뒤 어울리는 세부 캐릭터를 만드는게 이상적이지만 그렇지 못했다"면서 "기존 캐릭터들도 계속 사용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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