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을 일주일가량 앞둔 2016년 4월 6일, 당시 총선에 나선 대구지역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후보들이 죄다 대구 두류공원에 모여 시민들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진박 내리꽂기', 유승민 등 비박계 공천 배제 등으로 대표된 새누리당의 '막장 공천 쇼'에 민심이 예사롭지 않자 진화에 나선 것. 이들은 "대구를 먹고살게 해달라는 시민들의 절규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했다. 화합하고 단합해 대구를 발전시키라는 명령도 못 지켰다. 대구 시민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저희에게 회초리로 때려달라"고 읍소했다. 그러면서 "마음의 문을 열어달라. 후보자가 마음에 안 들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이번에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그동안의 지지와 성원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공천 과정에서의 오만함 등에 대해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는 듯했으나 본심은 '표를 달라'는 것이었고, 그 뒤의 행보를 봤을 때 역시나 하나의 '퍼포먼스'였음이 어느 정도 증명됐다.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난 2018년 6월 15일.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국회 본관 복도에서 다시 한 번 무릎을 꿇었다. 6·13 지방선거에서 역대급 참패의 성적표를 받아든 뒤였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는 글귀가 새겨진 플래카드 앞에 무릎을 꿇은 의원들은 "국민들께서 한국당에 등을 돌린 참담한 현실 앞에 처절하게 사죄를 드리며 반성문을 올린다. '죄송합니다'란 말도 부끄럽지만 다시 태어나겠다"고 했다. 또다시 무릎을 꿇으며 반성하고, 변화와 쇄신을 약속했으나 미더워 보이지 않는다. 한 의원은 "지난 대선 참패 후 처절한 과거 반성으로 시작해 낡고 시대에 뒤떨어진 보수의 가치를 버리고 시대에 맞는 보수 가치 재정립을 선행했어야 했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당이 잘못 가는 부분에 대해서 스스로 비판을 하고 많은 조언을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반도에 불어닥친 거대한 시대적 흐름과 변화를 깨닫지 못했다" 등의 자성이 덧보태졌으나 '감동'은 없었다.
꿇은 무릎을 일으켜 세우자마자 해묵은 계파 갈등, 오랫동안 쌓인 불신을 표출하며 또다시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기에 바빴다. 물밑에서 당권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는 소리를 들으니 멀어도 한참 멀었다는 생각뿐이다.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스스로 신체의 부자유를 선택한 것으로 어떤 굴욕도 감내하겠다는 체념의 의미이자 진심 어린 참회의 표현이다. 무릎 꿇기는 진심이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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