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지역에서도 기술이전 '잭팟' 터질 때 됐다

입력 2018-06-26 11:57:56 수정 2018-10-16 09:54:29

이재훈 (재)경북테크노파크 원장

이재훈 (재)경북테크노파크 원장
이재훈 (재)경북테크노파크 원장

대학 연구소와 기업체 불신의 벽
기술 이전 성과 전국 최하위 수준
제도와 현장은 함께하는 두 바퀴
신뢰 바탕 개방적 협력문화 실천

지금으로부터 2년 전으로 기억된다. 한국 과학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술이전이 성사되어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일이 있었다. KIST(한국과학기술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혈액 알츠하이머 진단' 연구의 성과가 3천억원대 기술료로 거래된 것이다. 이 기술이전은 KIST 설립 50년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연구사업화 성과였다.

최근 융합을 키워드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타고 '알짜배기' 기술이전은 KIST와 같은 '잭팟'이 터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한 나라의 연구개발(R&D) 예산은 기술 성과 지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올해 우리나라의 R&D 예산 규모는 19조6천억원대에 이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도 4%로 2%대에 머무르는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보다도 높은 세계 톱 수준이다.

이에 반해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의 연구 결과물이 기업에 이전되어 상용화되는 R&D의 실질적인 성과(outcome)는 기대 이하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 한 예로 2016년 말에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이 보유한 기술이전율은 38% 수준이었다. 이를 좀 더 세부적으로 보면 공공연구기관의 기술이전율은 60.3%인 데 반해, 공공기관보다 1.7배나 많은 기술을 보유한 대학의 기술이전율은 25%대에 머물렀다.

지역에서도 3개 테크노파크 등 6개 기관이 기술거래기관으로, 경북대포스텍영남대 등 7개 대학이 기술이전 전담조직(TLO)으로 지정운영되고 있다. 또한 매년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기술이전쇼, 기술장터 등의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지역의 기술이전 및 기술사업화의 현주소는 어떤가? 지난달 칼럼에서 우리 지역의 기술이전 성과는 제주강원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치라고 밝힌 바 있다. 그 근본적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가장 먼저 보수 성향의 지역적 특색을 들고 싶다. 우리 지역에는 언젠가부터 행태에 대한 성찰은 없고 형식적 제도만 고집하고 실천은 하지 않는 '보수주의'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수요자인 기업 관계자들은 '돈이 되는 기술'을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공급을 못 해 준다고 불평이다. 이에 반해 공급자인 대학, 연구기관 관계자들은 기업들이 처음에는 필요한 기술을 가져간 후 이를 변형시켜 기업 자체의 기술로 소화한 후에는 '쓸데없는 기술'로 치부해 버린다며 울분을 토한다.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불신의 장벽이 너무나 높다.
다음으로 기술이전 관련 '오작교' 역할을 하는 기술이전 전담기관의 내외부 인적, 물적 역량이 여전히 미흡하다. 일명 기술복덕방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수가 적고, 기술이전 경험이 일천하고 비정규직이 많다 보니 진성 수요 기술의 발굴과 매칭 및 기술사업화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전히 기술이전 문화가 생소한 것도 또 다른 원인일 것이다.

제도와 현장 행위자의 실천은 따로 뛰어가는 두 마리 토끼가 아니다. 제도와 실천은 손발이 맞아야 한다. 이제 제도는 많이 정비되었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기업이 원하는 기술 제공을, 기업은 기술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급을 그리고 전담인력은 핵심 역량 강화를 통하여 상호 간에 사회적 자본인 '신뢰'가 형성되고, '개방'에 바탕을 둔 협력적 문화가 뿌리내린다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지역에서도 제대로 된 기술이전 '잭팟'이 터지기 위해서는 기술이전과 사업화의 당위성과 시급성에 대한 담론과 제도를 넘어 현장에서의 실천이 필요하다.

이재훈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테크노파크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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