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젊음의 거리에 '메이커 운동' 씨앗을 심은 한의사 금수연 씨, "포항 미래를 바꾸고 싶다"

입력 2018-06-28 13:46:52

불가능하다는 시선에도 자신감과 확신 내비쳐, "메이커 스페이스 운영에 정부와 지자체 지원 뒷받침 돼야"

'4차 산업혁명'과 '3D프린트'를 이으면 '메이커 운동'이란 용어가 나온다. 수도권과 광역 지자체에선 이 말이 흔할지 모르겠지만, 포항에선 아직도 생소하게 들린다.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이란 오픈소스 제조업 운동을 일컫는 말로, 쉽게는 스스로 필요한 것을 만드는 사람들로 표현된다.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손쉽게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3D프린트가 세상에 나오면서 이 운동은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큰돈이 없더라도 아이디어만 있다면 수백만 원 대 자산으로도 창업할 길이 열린 것이다.

이 운동을 포항, 그것도 최근 젊음의 거리로 지정된 쌍용사거리(쌍사)에 접목시키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 그는 공대 출신도 아니고, 이와 관련된 전문적인 학력을 쌓은 것도 없다. 단지 어릴 적부터 만드는 것에 재미를 느꼈고, 자라면서도 그 재미를 놓지 않은 것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그는 포항 구산한의원장인 한의사 금수연(45) 씨다.

금수연 구산한의원장이 26일 자신의 건물 2층에 만든 메이커 플레이스에서 3D프린트를 만지고 있다. 배형욱 기자
금수연 구산한의원장이 26일 자신의 건물 2층에 만든 메이커 플레이스에서 3D프린트를 만지고 있다. 배형욱 기자

금 씨는 "포항의 10년 전 인구지표를 보면 평균 연령이 40대 초반이었지만, 지금은 후반대로 훌쩍 넘어갔다. 한의사 직업을 하다 보니 인구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기도 한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이 없다면 포항의 미래는 어둡기만 할 것 같다"며 "포항 청년들의 미래를 읽을 수 있는 젊음의 거리 '쌍사'에서 메이커 운동을 시작한 이유는 포항을 발전시킬 동력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포항에서 본격적으로 메이커 운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처음에는 인터넷카페에 메이커 운동에 관한 지식들을 올리다보니 자연스럽게 관심 있는 사람들이 생겼다. 이렇게 모인 사람 100여명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포럼을 개최하게 됐고, 직접 카페를 만들어 운영까지 맡았다.

그러다 그에게 문득 든 생각이 '메이커 스페이스', 말 그대로 '만드는 사람들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였다. 이에 그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건물 2층을 '메이커 스페이스'로 만들고 이곳에 3D프린트 10여 대를 설치했다. 그리고 24시간 이곳을 개방해 누구든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와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그의 현재 꿈은 이 공간을 통해 '메이커 운동'이 폭발적으로 포항 전역에 퍼져나가는 것이다. 이런 흐름이 전국으로 확산해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포항, 쌍사로 몰려와 고령화와 침체의 길을 걷는 지역에 새 힘을 불어넣고 싶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꿈은 지자체와 정부의 지원 없이 개인으로서는 재정적 요인 등 한계가 분명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 지원 정책이나 지자체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올초 포항지역 '메이커 스페이스' 정부지원 사업에 신청했지만, 같이 지원한 포항공대가 선정되면서 미끄러졌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경북도와 포항시가 관심을 갖고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는 점이다. 이것도 정부지원 사업에 선정이 돼야 가능하지만, 적어도 '무관심'하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금수연 씨는 "이곳에 씨앗을 잘 심어 놓고 양분을 끊임없이 주면 분명 좋은 수확이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누군가는 혼자의 힘으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하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 있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금수연 구산한의원장
금수연 구산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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