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시니어문학상] 수필 심사평-수필은 성깔 있는 쏘가리 같은 글

입력 2018-07-06 05:00:00

김종욱 수필가
김종욱 수필가

시니어 문학상은 그 의미가 깊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시대에 나이 든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의욕을 불어넣어 주기 때문이다. 매일신문사가 전국 언론사 가운데 최초로 제정 운영하고 있는 야심찬 프로그램이다.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늘을 살고 있는 이 땅의 시니어 세대는 가난과 폐허, 절망과 상처의 유산을 물려받았다. 그러나 불굴의 의지로 우리네 역사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경제 대국으로 자리 잡는데 이바지하였다. 그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억척스럽게 고단한 삶을 헤쳐 온 세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 들었다고 해서 뒷전으로 물러나게 하거나 쓸모없는 늙은이 취급을 당하고 있다. 더러는'인생 다 살았네'하면서 스스로 포기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늙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허창옥 수필가
허창옥 수필가

매일시니어문학상은 올해로 네 번째를 맞는데, 수필부문만 하더라도 618편의 작품이 접수되었다. 지역별로 보아도 대구는 물론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응모하였고, 연령층도 다양한 분포를 보이고 있다. 심사에 앞서 토론을 거쳐 기준을 마련하였다. 신춘문예와 달리 문학성보다 치열한 삶의 흔적에 무게를 두기로 하고, 아울러 밝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발굴 소개하는데 중점을 두기로 하였다. 또한 수필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에 충실한가를 깊이 있게 따져보았다.

흔히들 수필은 신변잡사를 자유롭게 쓰는 글쯤으로 여기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붓 가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쓰는 쉬운 글이라는 생각이다. 지역에 흩어져 있는 수필교실에서도 문학이론에 바탕을 둔 체계적인 지도보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쓰기에 치중하고 있다. 그리하여 등단을 하거나 수필집이라도 내고 나면 대가연하며 우쭐거리는 모습이 우리네 현실이다. 하지만 수필은 그렇게 만만한 문학 장르가 아니다. 제목에서부터 문장 다듬기에 이르기까지 품격을 상실하면 잡문이 되고 만다. 물고기로 비유하자면 성깔 있는 수필이다.

응모작품을 두 사람이 나누어서 읽었다. 다시 바꿔서 읽으면서 당선작의 배수에 해당하는 작품을 가려 뽑았다. 그리고 당선작이 아닌 함께 제출한 다른 작품의 수준도 참작하였다. 결코 수월한 작업이 아니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김현숙의 「내 영혼의 까치발」, 류재흥의 「지심도 동백」, 김순향의 「어미, 비나리가 되려하다」, 김정래의 「고급 노숙자」, 정경용의 「씨름 혹은 싸움」, 정순연의 「두 개의 삼베이불」, 김철순의 「매화 향기를 배다」, 신송우의 「이름 짓기」, 최상근의 「낮달」, 장기성의 「달빛 상념」을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당선자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어깨를 펴고 환하게 웃으며 일상을 가꾸시기 바란다. 그와 함께 뽑히지 못한 분들에게도 다시 도전하시기 바라며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아무쪼록 시니어 문학상이 나이 든 사람들에게 용기와 의욕을 북돋워 주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매일신문사에 성원을 보낸다.

심사위원=김종욱․허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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