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시니어문학상] 논픽션 심사평-"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붙들고"

입력 2018-07-06 05:00:00

시니어 문학상은 격동의 시대를 온몸으로 겪어 이겨낸 분들에게 드리는 표창장이다. 전쟁과 가난의 모진 고개를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시니어들에게 드리는 박수이다. 이번에 응모한 논픽션 작품들을 심사하면서 역사가 만든 역경 속에서도 의지와 희망을 품고 견뎌낸 보통 사람들을 읽을 수 있었다. 세월을 탓하기보다 부모를 모시기 위해 참고 자식을 돌보기 위해 내일을 기약하며 살아온 착한 사람들을 보았다. 응모작품을 쓰면서 스스로의 삶을 반추하고 이 과정에서 지난한 세월을 치유하는 시간이 되었기를 기대한다. 문학이 가지는 치유의 힘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인생의 연륜이 드러나는 응모작들은 소재 면에서 전쟁과 어머니, 학도병, 가난이 가져온 시련, 학창시절 선생님과의 사건이 평생 자신을 좌우했던 일 등 다양함이 돋보였다. 주제 면에서는 기어코 이겨냈다는 미덕이 주류를 이루었다. 전쟁의 참상과 시대가 만든 가난이 현재의 풍요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시니어 문학상만이 가지는 특징이자 장점일 것이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아내가 남편이 하던 사업을 맡아 경영하는 분투기,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빈궁하게 자라다 사춘기 시절에는 당숙모집에서 식모살이까지 했지만 배움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던 소녀가 시골에서 도시로 나와 살아가는 성장기, 지독한 가난과 그로 인한 병마를 딛고 주위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의사로 성공하고 이후 봉사로 인생 후반을 살아가는 과정들이 생생하게 펼쳐졌다.

응모작 중에서 세 작품이 최종심사에 올랐다. 6.25전쟁에 학도병으로 참전했던 주인공이 전장의 비참함과 무서움을 진술한 '노병의 증언'과 가난한 가정의 장남으로 가족을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성공을 하겠다고 미국으로 건너가 언어의 장벽과 인종차별을 이기고 우체국 직원이 된 사연을 그린 '어느 낙엽의 시', 노모를 하늘나라로 보낸 후 가난이 삶의 전부였던 어머니와의 시간을 거슬러 회상하는 "뒤로의 여행"이 그것이다.

익숙한 구성이지만 탄탄한 문장력과 생에 대한 깊은 사유로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은 "뒤로의 여행"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어머니와의 회고를 마치며 삶이란 작은 행복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말을 전한다. 평범함 속에 깊은 울림이 있다. 또한 '삶이란 주문을 외우며 헤쳐 나가는 가시덤불'이라는 마지막 구절은 고단한 삶이 우리 모두를 철학자로 만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 주문이란 사랑이고 희망이 아닐까. 응모한 모든 분에게 감사드리며 수상자들에게 축하를 전합니다.

심사위원= 박덕규 · 엄창석 ‧ 이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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