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새드 엔딩' 대비 버팀목 세우기?…경협 목적도 있는 듯
"우리 뒤에는 중국이 있다."
올들어 한반도의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드러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중국 행보는 '후견국=중국'의 역할을 노골적으로 키워가는 모양새다.
단순히 냉랭했던 북중관계의 복원 차원이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 자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함으로써 '중국은 명실상부한 북한의 후원국'임을 전 세계에 과시하고 있어 보인다.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으로 인한 한반도 외교 환경의 변화 속에서 '차이나 패싱' 우려가 나오는 것과는 달리 북중 친밀 행보가 강화되는 양상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합의되고 북미정상회담이 논의되던 지난 3월 25∼28일 베이징(北京)을 찾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이행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던 중국 지도부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뒤로 한 채,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첫 외국 나들이로 한반도의 정세 변화를 끌어낸 남한이 아닌 중국을 택한 것이다.
2012년 집권 이후 내내 '소 닭 보듯' 했던 북·중 관계는 김정은 위원장의 첫 방중으로 빠르게 복원됐다.
이어 불과 40일만에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 다롄(大連)을 찾아 시 주석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열고 비핵화 과정에서 '전술적 소통' 강화를 약속하며 수십 년 전 사라졌던 순치(脣齒) 관계의 회복을 선언했다. 중국은 다롄 회담이 북쪽에서 먼저 제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달 12일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진 지 1주일 만에 김정은 위원장은 세 번째로 중국을 찾아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역대 북한 최고지도자가 단 두 달 반 만에 무려 세 차례나 중국 최고지도부와 회동한 것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모두 전례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세 번째 방중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세기의 회담'을 가진 김정은 위원장이 회담 결과를 시 주석에게 직접 설명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싱가포르 회담에 배석했던 김영철·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이나 리용호 외무상을 중국에 보내 설명할 수도 있지만, 굳이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선 것이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 15일에는 시 주석에게 5년 만에 생일축하 서한과 꽃바구니를 보내며 "정세 변화와 그 어떤 도전에도 끄떡없는 친선"을 역설했다.
특히 중국을 향한 김정은 위원장의 태도는 그동안의 상식을 뛰어넘는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김정은 위원장이 타고 갈 항공기를 중국에 먼저 요청하고 이를 국제사회는 물론 북한 주민들에게도 주저 없이 공개한 것은 종전 같으면 상상하기 어렵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 같은 '상상초월' 행보는 북미 관계 개선과 비핵화 전 과정에서 중국의 지원과 협력이 절대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하며 관계 정상화와 비핵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지만, 성공적인 마무리를 하기까지는 많은 과정이 남아있다.
70년간 대립해온 북미 양국의 치열한 기 싸움 속에서 향후 비핵화 협상이 '해피엔딩'으로 끝날지, 아니면 '새드엔딩'으로 이어질지 아직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이 협상 과정에서 더는 물러서기 어려우면, 나아가 북미 간 협상이 새드엔딩으로 끝날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려면 미국과 세계 초강대국과 동북아 패권을 다투는 중국의 후원이 필요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협상을 깨고 과거로 돌아가기에는 먼 길을 온 건 사실이지만, 중국이 있어서 완전히 되돌아갈 길이 막힌 것 또한 아니라고 할 수 있다"며 "북중관계를 어떻게 적립하는가에 따라 향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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