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책 없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코앞에 다가온 버스 대란

입력 2018-06-19 05:00:00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 여파로 ‘버스 대란’이 예고되고 있다. 버스 회사들이 구인난에 시달리는 판국인데 대책 없이 근로시간만 단축되면 운전기사 부족으로 버스가 멈춰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든, 지자체든 대책을 내놓는 곳은 안 보인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전국의 노선버스 회사들은 다음 달부터 주 68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1년 뒤인 내년 7월부터는 이를 52시간으로 더 줄여야 한다.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운전기사들을 추가로 고용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안 그래도 구인난이 심각하고 이직률도 높아 결원 채우기에 급급한데 지금보다 인력을 더 늘리라고 채근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당장 내달 1일부터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도 지역 시내버스, 농어촌 마을버스 운행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런 사태는 누누이 예고됐다. 비판이 커지자 고용부는 뒤늦게 실태 조사에 착수했고 연말까지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한다. 이런 뒷북도 없다. 지자체들도 긴급회의를 여는 등 부산하지만 대책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정책의 주요 수혜자여야 하는 버스 기사마저 이 제도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임금 감소 우려 때문이다. 이는 올해 노사 임금 협상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임금 감소에 미리 대응하려면 예년의 4~5배 수준인 15%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노조가 요구함에 따라 경북 도내 34개 버스 회사 올해 임금 협상은 모두 결렬됐다.


현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 중에는 실물경제 여건과 너무나 동떨어진 것들이 적지 않다. 버스업계에 적용될 근로시간 단축이 대표적이다.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는 목적이 국민 삶의 질인데, 이상과 명분이야 좋다. 하지만 근로자도, 고용주도 반기지 않는 정책을 준비 없이 밀어붙이는 것은 타당치 않다. 이것이 탁상행정 아니고 무엇인가.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