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3선 단체장] 임병헌 대구 남구청장…12년간의 '아침 순례' 주민 삶을 상쾌하게…

입력 2018-06-18 18:27:14 수정 2018-06-18 20:18:29

3선 연임 후 떠나는 임병헌(65) 대구 남구청장은
3선 연임 후 떠나는 임병헌(65) 대구 남구청장은 "퇴임 후 고산골 공룡공원에서 공룡을 지키는 자원봉사를 하더라도 남구를 계속 지키겠다"고 했다. 대구 남구청 제공

임병헌(65) 대구 남구청장은 매일 오전 5시 30분이면 집을 나선다. 12년 전 구청장에 당선된 이후 거의 '인(印)'이 박힌 습관이다. 임 구청장의 '순례 코스'는 일정하다. 자택인 남구 봉덕동 대덕맨션에서 출발해 앞산 주변이나 대명배수지 또는 신천을 번갈아가며 걸어다니며 주민들과 만난다. 밑창 닳은 운동화를 신고 거리를 누빈 그는 순두부찌개나 보리밥, 콩나물밥 등으로 아침식사를 한 뒤 구청으로 출근한다.

임 구청장의 순례는 토요일에도 쉬지 않고, 휴일에는 아내와 함께 걷는다. 그가 매일 아침마다 만보계에 찍은 걸음만 2만여보. 1.5㎞로 계산해도 6천570㎞. 지난 12년 간 서울과 대구를 걸어서 22번 왕복한 셈이다.

임 구청장이 그냥 걷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깨진 보도블럭이나 쓰레기가 쌓은 골목을 보면 담당 계장에게 전화를 했다. 오전 일찍 전화하는 게 미안해지자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주소와 함께 문자 메시지로 보냈다.

"아무래도 주민들을 많이 만나다보니 거리 청소나 운동시설이 부서졌다거나 버스정류소가 너무 덥다는 체감형 민원도 많지요. 그런 소소한 일들을 해결하는 게 주민들의 신뢰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생활형 민원 해결은 성과로도 나타났다. 그는 2006년 취임 이후 '깨끗한 정주 환경 조성'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했다. 고령층의 비율이 높고 낡고 오래된 주택가가 밀집한 지역 특성을 살린 것이다. 그는 "도시의 경쟁력은 거창한 사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공간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덕분에 남구청은 2007년부터 11년 연속으로 대구시 청소행정 종합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취임 초기 주민 삶을 개선하는 정주 환경 개선에 집중했던 그는 점점 사회복지시설과 도서관 등 도심 인프라 구축으로 초점을 옮겼다.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고자 눈길을 돌린 건 각종 정부 공모사업이었다. 2006년 전무했던 공모사업은 11년 만인 지난해 18건으로 늘었다. 공모 사업을 통해 확보한 예산도 지난해에만 93억원, 전체적으로는 500억원 규모에 이른다.

낙후된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노력도 계속했다. 앞산 맛둘레길 조성사업과 문화예술 생각대로 사업, 이천동 2000배 행복 마을 만들기 사업 등은 눈길을 끄는 성과도 올렸다. 창조드림피아, 대명행복문화마을, 앞산행복마을, 새뜰마을사업, 한미친화거리 등으로 지난해 대구 도시재생사업 추진실태평가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임 구청장은 "주민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업들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속마음을 어려움 없이 말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자세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그가 갈 때마다 뿌듯한 기분을 느끼는 곳은 앞산 고산골 공룡공원이다. "앞산 인근 사유지들이 관리소홀과 쓰레기투기로 엉망이었어요. 구청이 땅을 매입했는데 2006년 공룡 발자국이 발견된 점에 착안해 공룡공원을 만들었죠. 지금까지 100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명소가 됐습니다."

임 구청장은 "시간은 흐르는 물과 같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아직 어떤 일을 할지 모르겠지만 고산골 공룡공원에서 공룡을 지키는 자원봉사를 하더라도 남구를 계속 지킬겁니다. 막걸리 드시고 싶으면 오세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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