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 무덤' 된 농수로…경북도청 신도시 양수장, 깊이 2m 탈출 못해 참변

입력 2018-06-20 00:05:00

뼈·가죽 흔적 쉽게 발견…접근 막을 장치 없고, 방치된 사체 악취로 주민 불편 호소

한국농어촌공사 안동지사에서 관리하는 농업용 수로에 고라니 등 야생동물이 익사해 건져냈지만, 그대로 방치돼 악취를 유발하고 있다. 윤영민 기자
한국농어촌공사 안동지사에서 관리하는 농업용 수로에 고라니 등 야생동물이 익사해 건져냈지만, 그대로 방치돼 악취를 유발하고 있다. 윤영민 기자

'경북도청 신도시에 고라니 지옥이 있다?'

경북도청 신도시 한 농수로에 고라니가 잇따라 빠져 죽고 있지만, 행정 당국이 '나몰라라'하고 있다. 더구나 사체를 수로 주변에 방치, 악취로 인한 주민 불편까지 초래하고 있다.

18일 오후 경북도청 신도시에 있는 한국농어촌공사 풍강2 양수장 인근 한 농수로 옆에는 고라니 사체가 심한 악취를 풍기며 내버려져 있었다. 최근 깊이 2m가량의 수로에 빠진 고라니가 미쳐 빠져나오지 못하고 익사하자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가 건져 올려둔 것.

이날 농수로 주변에서는 이미 백골화한 고라니뼈와 말라버린 가죽 등 고라니 여러 마리가 죽은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깊은 수로 안에 빠른 속도로 물이 흐르고 있어 사람이 실수로 빠져도 쉽게 나오기 어려운 장소로 보였다.

하지만 농수로 주변으로 야생동물의 접근을 막는 시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도청신도시 한 주민은 "고라니가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는 등 골칫거리이기는 하지만, 잇따라 수로에 빠져 죽는 걸 알면서도 펜스를 치는 등 접근을 막는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너무한 게 아니냐"고 했다.

방치된 고라니 사체는 기온이 높은 여름이 되자 썩으면서 악취를 유발해 주변을 산책하는 주민들도 불편하게 하고 있다.

평소 수로 인근 산책로로 자주 다니는 주민 박모(31) 씨는 "늦은 밤 산책을 하는데 동물 사체가 썩는 것 같은 고약한 냄새가 나 깜짝 놀랐다. 주변에 잡초가 무성해 혹시라도 사람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긴 게 아닌지 불안해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동물 사체 발견 시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전화하면 처리할 수 있지만, 풍강2 양수장을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 안동지사는 사체를 건져내기만 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안동지사 관계자는 "해당 수로가 있는 지역은 도청신도시 2단계 개발 예정지역이어서 공사와 함께 야생동물이 빠질 수 없는 매립 형태로 바뀔 예정이다. 사체는 19일 주변 환경 미화를 하며 처리하겠다. 악취로 피해를 입은 주민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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