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영 대구대 법학부 교수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 결과를 놓고 승자와 패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전문가들 사이에 미국이 패자라는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 북미 정상회담 이전부터 회담 성공의 기준으로 회자되어 오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관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동성명에 완전한 비핵화는 명시되었지만 검증가능이나 불가역적이라는 문구는 없다.
사실 CVID는 2000년대 초반 미국의 부시 정권에 의하여 주장된 용어다. 이때 'D'(Dismantlement)는 핵시설의 분해와 해체를 의미한다. 당시 북한에 핵무기나 장거리 미사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D는 더욱 확대된 비핵화를 의미한다. 다종다양한 핵폭탄과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도 보유하고 있는 북한에 이 모두를 포기하라는 용어다. 하지만 핵폭탄과 장거리미사일로 과거와 다른 강력한 대미 협상의 지렛대를 갖춘 북한에 종전처럼 일방적으로 CVID를 관철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정치적 낭만주의에 불과하다. 협상은 현실이고 각자에게 각자의 것이 배분되어야 합의 결과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 검증가능이나 불가역적이라는 용어가 없다고 북미 합의가 실패한 것은 아니다. 두 용어는 비핵화의 목표가 완전하게 이루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일 뿐이다.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합의만으로 협상의 핵심목표는 달성된 것이다. 비핵화가 완전하게 진행되었는지 확인할 구체적 방법까지 명시하고 싶은 마음은 상대방에 대한 불신에서 나온다.
하지만 상호 간에 불신이 있으면 아무리 구체적인 합의도 이행되기 어렵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를 포함한 그동안의 합의들이 그랬다. 중요한 것은 북미 양국의 최고지도자가 역사상 처음으로 직접 만나고 합의 내용의 완전하고 신속한 이행을 직접 확약했다는 것이다.
어떤 전문가는 한국이 패자라는 주장도 한다. 한국 정부에 불의타(不意打)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연례적 한미 군사훈련 중지와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발언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과 함께 이 부분에서 승자로 등장한다.
양국은 그동안 전략적 위협요인으로 간주되던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이것이 한국의 패배는 아니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과 대립관계의 해소는 4·27 남북 정상 판문점 선언에 약속된 사항이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우호적 대화 환경 조성을 의미한다. 당사자 간의 신뢰 구축과 더 나은 결과를 도모하기 위한 잠정적 선제투자인 셈이다.
국제사회는 그동안 북한이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돼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이러한 입장에서 보면 세계적 관심 속에서 이루어진 북미 정상회담은 북한을 국제사회의 논의 틀에 들어오도록 한 국제사회의 승리이다.
북미 정상 합의에 대한 승패 담론은 국제관계에 대한 냉전적 그리고 대결적 인식에 기초한 것이다. 구시대적일 수밖에 없다. 평화와 공동번영의 동반자 사이에 승패가 있을 수 없다. 강조되어야 할 방점은 남북미 정상들 간에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대한 직접적이고 포괄적인 합의가 도출되었다는 데 놓여야 한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발전은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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