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산품·문화콘텐츠 어필 9개 부스 관람객 북적
17일 오전 10시쯤 중국 베이징 국가컨벤션센터. 한자로 문경시(聞慶市)라고 쓰인 부스 앞이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경북 문경의 특산품이 진열된 시식 코너에서 오미자 와인과 오미자 젤리를 맛본 관람객들은 연신 "하오츠"(好吃·맛있다)를 외쳤다. 베이징에서 여행업체를 하는 위엔런져(40) 씨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 색에 맛도 좋아 인기가 많을 것 같다. 유통업체를 했다면 정식으로 수입 문의를 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비슷한 시각 인근에 마련된 상주시 부스는 특산 곶감과 감엿, 감식초 등을 맛보려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바로 옆 영주시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은 산림치유관광에 대한 안내 전단을 읽으며 직원이 나눠준 홍삼캔디와 홍삼엑기스를 앞다퉈 한두 개씩 주머니에 챙겼다. 대구시와 경상북도 부스에 놓여진 작은 테이블은 상담을 받으려는 중국 여행업체들로 빈 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2018 제15회 베이징 국제 관광박람회가 17일 약 16만 명의 관람객 수를 기록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박람회에는 대구시와 경북도를 비롯해 영주, 문경, 안동, 경주, 구미, 상주, 봉화 등 경북도내 7개 시·군이 '대구경북 관광관'으로 참가해 '내 고장 알리기'에 나섰다. 이들은 수만 명의 세계 여행업계 관계자들에게 지역의 아름다움을 선보이고, 100여 건에 가까운 바이어 상담을 성사시키는 등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뒀다.
부스 옆 체험존에서 열린 '바이올렛' 팀의 전자현악 공연과 K-POP 댄스 등에 매료된 관람객들의 발길은 자연스레 각 지자체가 마련한 홍보부스로 이어졌다. 현장에 나온 지자체 실무자들은 정신없이 물건을 옮겨 진열하고 통역사와 함께 바이어 상담에 나섰다.

대구시는 지난 1월 제작한 '트와이스 커버댄스' 홍보영상을 틀었고, 경북도도 이에 질세라 홍보영상을 상영하며 지나는 관람객들의 눈길을 잡아 끌었다. 특히 대구시와 경북도는 광역지자체라는 장점을 살려 널찍한 상담 테이블을 마련, 바이어 상담에 집중했다.
박연미 대구시 중국홍보사무소장은 "대구와 경북은 이미 업계에서 비교적 인지도가 있는 편이어서 관광상품 신설을 원하는 현지 여행업체들을 상대로 인맥 등을 터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경북 7개 시·군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인지도를 만회하고자 각 지역을 알리는 특산품이나 콘텐츠를 한아름 준비한 모습이었다.
문경시는 복합문화공간 '에코랄라 테마파크'를 알리는 자료와 함께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오미자 식품을 준비해 인기를 끌었다. 붉은 색깔에 쌉쌀한 맛까지 중국인들의 취향과 잘 맞아 떨어진 탓에 "제품을 수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쏟아지기도 했다.

구미시는 구미 출신으로 '나는 가수다'를 통해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은 가수 황치열 씨를 전면에 내세웠다. 실제로 구미시는 황 씨를 홍보대사로 임명하고 중국 팬들을 상대로 '황치열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박람회에는 황 씨의 중국 현지 팬들이 중국어 앨범 2천 장을 기부하고, 팬카페 '치열사랑7102'에서는 자발적으로 박람회 내내 부스에서 '임시 자원봉사'에 나서 통역부터 진열까지 도맡으며 팬투어를 홍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주시는 속리산 국립공원의 깨끗한 생수와 함께 특산물인 감 관련 식품을 준비했고, 영주시는 특산물인 갖가지 홍삼 및 인삼 제품과 더불어 '산림 속 힐링 치유 관광'을 내세워 관람객들을 끌어모았다. 안동시는 하회마을 등 전통 유교문화가 살아 숨쉬는 관광지라는 이미지와 함께 모형 탈을 준비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경주시 역시 불국사·석굴암 등 주요 관광지 안내와 함께 오랜 불교문화를 중점적으로 어필하며 전통 갓을 쓴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곰인형을 진열해 여성 관람객들을 중심으로 반응을 끌어냈다. 봉화군은 충북 제천·단양, 강원 영월·평창, 충북관광협회 등과 함께 '중부내륙중심권 투어'를 중심으로 '합동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이처럼 관광박람회 등을 통한 '찾아가는 관광홍보'는 현지 여행업계와 지역 간 '윈-윈 효과'를 노린 포석이라는 평가다. 특히 사드 갈등으로 인한 금한령이 해빙 국면에 접어들면서 사전에 현지 여행사에 먼저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것.
실제로 현지업체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베이징에서 문화기획사를 운영하는 우오옌(30) 씨는 "K-POP을 테마로 한 청소년 체험 관광 상품을 구상했지만 정보를 요청할만 한 인맥이 없어 실무적인 부분에서 막힘이 많았다"며 "이번 박람회에서 여러 정보와 함께 각 지자체 실무자들을 소개받아 보다 원활한 사업 진행이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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