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누가 방탄소년단처럼 할까?

입력 2018-06-14 17:26:54 수정 2018-06-15 19:52:56

권은태 (사)대구 콘텐츠플렛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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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이라니!' 이름 한번 별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게 다였다. 좀 유치해 보이기도 하고 뭔가 오그라드는 것 같아 피식 웃고는 채널을 돌렸다. 그 후론 꾸준히 TV에 나와도, 가요 차트에 그들의 이름이 보여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이름만 가지고 따지자면 '소녀시대'인들 별다를 바 없건만 그들의 노래가 빌보드 차트에 진입했다는 뉴스를 봤을 때도 그냥 그러려니 했다. 온라인에서 애써 활동하면 어느 정도 성과야 내겠지만 그렇다고 '원더걸스' '소녀시대'가 못 해낸 일을 겨우 '방탄소년단'(BTS)이 해낼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 지난 세월 케이팝을 이끌어온 주역들은 단연 걸그룹이었다. 그러니 언젠가 우리 음악이 빌보드 차트의 맨 윗줄에 오른다면 그 주인공 또한 당연히 걸그룹일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이 방탄소년단은 그 흔한 해외파 한 명 없는 작은 기획사의 보이그룹이었다. 그런저런 어쭙잖은 이유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들을 매년 데뷔했다 사라지는 40여 개의 아이돌 그룹 중 하나쯤으로 여겼다. 제대로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으면서 판단은 참 섣불리 한 셈이다.


그런데 그렇게 대수롭잖게 여겼던 이 보이그룹이 대박을 쳤다. 그것도 어느 날 갑자기 반짝한 것이 아니라 한 걸음 한 걸음 밟아 올라 결국 지금 자신들의 자리를 만들어냈다. 지난해 가을,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s)를 보고서야 그걸 알게 되었다. 그들의 공연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노래와 퍼포먼스의 차원이 달랐다. '디엔에이'(DNA)를 따라 부르는 관객들의 표정에서 불현듯 오래전 아카데미 시상식이 떠올랐다. '빌리진'을 부르며 '문 워크'를 추는 마이클 잭슨을 향해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 장면이 수십 년 만에 오버랩된 것이다. 그렇게 춤추며 노래하는 남자를 그때 이후로 처음 보았다. 그리고 종종 그들을 상징하는, 그러나 좀 부정적으로 들렸던 '칼군무'의 의미도 알게 되었다. 그건 일곱 명의 멤버가 한 명처럼 동작을 맞춰 춤을 춘다는 뜻이 아니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그들의 몸 하나하나가 칼처럼 음악을 파고들었다. 한 치의 오차라도 있으면 목숨이 날아가는 칼처럼, 그렇게 그들은 춤을 추었다. 그들의 퍼포먼스에는 철저하게 드라마가 있었다. 그런데 간결했다. 그들의 몸짓에는 눈물도 있었다. 그럼에도 때론 압도적이었다.


'널 위해 예쁜 거짓을 빚어내/ 날 지워 너의 인형이 되려해/ 사랑이 사랑만으로 완벽하길….' 지난달 방탄소년단은 새 노래 '페이크 러브'로 빌보드 컴백 무대를 가졌다. 발표된 지 사흘밖에 안 된, 이 예사롭지 않은 가사의 노래를 미국 현지에서 관중들이 소위 '떼창'을 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이 노래가 실린 정규 3집 앨범이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에 올랐다. 방탄소년단은 기쁜 소식을 팬들에게 가장 먼저 전했다. 그들은 오직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서로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는 아티스트가 되길 원한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것도 감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더 높이 오를 때마다, 그래서 잔치가 열릴 때마다 그들은 늘 먼저 내려오고 일찍 자리를 떠난다. 그리고 팬들을 찾아간다. 이제 지방선거가 끝났다. 문제는 승자들이다. 잔치 소리를 뒤로하고 스스로를 다그치며 오직 시민만 바라보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누가 방탄소년단처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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