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교 때 '교육사상사' 수업에서 가장 인상 깊게 들었던 이야기는 『맹자』 '이루(離婁)장'에 나오는 '사람의 병은 남의 스승 되기를 좋아하는 데 있다.'(人之患 在好爲人師)라는 구절에 관한 것이었다. 남의 스승이 되려고 사범대에 온 사람들에게 '네가 하려는 것이 사람의 가장 큰 병이야.'라고 말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그때 교수님은 남을 가르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스승 되기를 '좋아한다'에 방점을 찍으셨다. 스승 되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남은 미숙한 존재이고, 나는 우월한 존재라는 태도가 굳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은 배우려는 자세가 없기 때문에 스승이 될 역량을 갖추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맹자집주』에는 이 구절에 "학문에 남음이 있어 남들이 자문을 구하면 마지못해 응하는 것이 옳다. 만약 남의 스승 되기를 좋아하여 스스로 만족하게 되면 다시 나아갈 수 없게 되므로 사람의 병이 되는 것이다."라는 주석이 달려 있는데 교사로서, 글 쓰는 사람으로서 늘 되새기는 구절이다.
우리 사회에는 남의 스승 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교사들이 아니라 바로 정치인들이다. 야당에서 이번 선거 내내 유권자들에게 했던 말을 요약하면 '지금 여러분들은 위장 쇼에 속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나는 알고 있는데, 너희들은 미숙하여 모르고 있다. 그러니 내 말을 따르라.'는 상당히 불편한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우리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이 일일이 가르쳐야만 아는 미숙한 존재들이 아니다. 요즘은 초등학생들에게도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가는 꼰대 소리를 듣고 외면을 받는데, 성인인 유권자들에게 그런 말을 계속하니 비호감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나라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40대 중후반의 사람들은 한 해 태어난 인원이 100만 명을 넘는다. 한편으로는 대학 진학률도 높고, 대학 때는 누구나 학생운동을 열심히 했었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민주화의 과정과 공산주의의 종말을 보았기 때문에 무엇을 맹목적으로 추종하지도 않는다. 그런 점들 때문에 바로 앞 세대인 50대와도 정치적 성향이 차이가 난다. 그렇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들이 진보적인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이 보수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는 보수 정당들이 비합리적인 논리로 그들을 가르치려고 하기 때문이다. 보수 정당이 배움의 자세가 없이 지금과 같은 말하기 방식을 고수한다면 앞으로도 그들의 지지를 얻기는 힘들다.
민송기 대구 능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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