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 기자의 '쁘리비엣'] 스파르타크 경기장 선택한 이유

입력 2018-06-14 16:07:20 수정 2018-06-14 20:38:51

훈련장 주변이 군사시설…전술훈련 철통 보안

13일(현지시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한국 축구대표팀 훈련장인 스파르타크 경기장 밖에 군인들이 경비를 서며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이호준 기자
13일(현지시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한국 축구대표팀 훈련장인 스파르타크 경기장 밖에 군인들이 경비를 서며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이호준 기자

13일(현지시각)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한국 축구대표팀 훈련장인 스파르타크 경기장. 선수단 취재를 위해 이곳 경기장에 도착한 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군복 입은 군인들의 모습이었다. 이들은 경기장 입구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있었고, 군인 수송 차 안에도 10여 명의 군인이 대기 중이었다.

안 그래도 스파르타크 경기장이 위치한 곳 주변이 군사시설이라 경기장으로 가는 길 곳곳에서 군인들의 모습이 보였는데 경기장 입구에 집중 배치돼 있다 보니 약간 살벌한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곳을 대표팀 훈련장으로 선택한 이유 중에는 이러한 '보안' 문제도 적잖은 비중을 차지했다. 훈련장 주변이 군사시설 탓에 정보 누출 등 보안 유지에 크게 신경을 안 써도 됐기 때문이다.

신태용 감독은 "이곳을 3번 방문한 뒤 훈련장으로 정했다"며 "처음 왔을 때 전술 등 보안 문제 때문에 가림막, 차단막 요구를 했는데, 주변이 군사시설이라 일반인의 접근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고, 그때부터 보안 걱정은 안 했다"고 말했다.

쾌적한 날씨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베이스캠프를 정한 이유 중 하나다. 쾌청한 하늘에 공기도 좋고, 기온도 10~20℃ 사이로 적당해서다. 다만 이곳에 도착한 지 이틀째지만 일교차가 심하고 바람도 차고 많이 부는 거 같아 선수들이 컨디션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은 들었다.

13일(현지시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한국 축구대표팀 훈련장인 스파르타크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이호준 기자
13일(현지시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한국 축구대표팀 훈련장인 스파르타크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이호준 기자

이곳이 대표팀의 훈련장으로 낙점받은 데는 잔디도 한몫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모든 경기장에 깔린 '하이브리드 잔디'가 이곳에도 깔려 있기 때문에 적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모든 경기장은 국내 선수들에겐 생소한 천연잔디 그라운드에 인조잔디 섬유 보강재를 투입한 하이브리드 잔디로 돼 있다. 하이브리드 잔디는 천연잔디보다 그라운드 표면이 균일해 볼 반발력이 적고 슬라이딩하기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3일 훈련장을 방문한 신태용 감독은 "잔디가 생각보다 많이 올라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라운드 사정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살짝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대표팀은 이곳을 베이스캠프로 삼아 훈련하고 생활하다 경기 하루 이틀 전에 경기가 열리는 도시로 이동해 경기를 치른 뒤 다시 베이스캠프로 돌아오는 일정을 반복하게 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조별리그 경기가 열리는 니즈니노브고로드, 로스토프나도누, 카잔 등 세 곳까지는 비행기로 2시간 안팎이 걸려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심사숙고 끝에 결정한 상트페테르부르크, 그리고 스파르타크 경기장이 한국 대표팀에게 '약속의 땅'이 될 수 있을지는 18일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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