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고뇌하는 인간과 대면하다/ 정용선 지음/ 빈빈책방 펴냄
철학서가 삶을 일깨워주는 스승이라면, 문학작품은 가슴을 울리는 애인에 비유할 수 있다. 이 책은 이 세상과 인간에 대해 진지하게 고뇌한 작가들(프리모 레비, 알퐁스 도데, 가브리엘 마르케스, 엔도 슈사쿠, 알베르 카뮈)와 그들의 문학작품 속 분신들을 탐구하는 문학철학 에세이다.

지은이는 여러 작가들과 그 분신들을 통해서 인간적 고뇌를 읽고, 그것을 장자적 입장에서 철학적으로 재해석하고 사유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장자의 해체적 사유'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장자와 관련한 여러 권('장자, 위대한 우화', '장자, 제자백가를 소요하다' 등)의 책을 쓴 장자 전문 연구자다.
이 책은 지은이가 장자와 불법을 만나면서 새롭게 트인 눈을 가지고 해석해내는 문학과 인간의 이야기다. 이 책을 좀 더 깊이 접하려면, '글을 읽고, 글쓴이를 읽고, 독자인 자기 자신을 읽는' 삼독(三讀)을 해야 한다. 그러면 독서로부터 오는 풍요로운 사색의 즐거움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유명한 다섯 철학 및 문학 대가들이 순서대로 등장해, 독자들과 만난다. 지은이가 이들 다섯 대가들의 작품을 만나는 과정도 흥미롭다.
'주기율표',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책을 통해 만난 고결한 작가 프리모 레비, 그리고 한 선배에게서 선물받은 책 때문에 본격적 탐구가 시작된 알퐁스 도데, 보르헤스를 읽다가 문득 떠오른 가브리엘 마르케스, 작가 박경리의 '토지'를 읽다가 만나게 된 엔도 슈사쿠, 난해한 서양철학에 대해 느끼던 답답함을 해소해 준 알베르 카뮈가 지은이의 집중탐구 레이더에 들어왔다.
책 목차를 보면, '만남1'은 프리모 레비, 제목은 '이상한 미덕, 거울같이 비추는 고결한 눈'이다. '장자'의 왕태를 통해서 상호소통의 연대를 위해 작용하는 눈이자, 장자가 말하는 지인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만남2'은 알퐁스 도데, '아름다움을 캐는 눈'. 알퐁스 도데의 작품 속에서 한심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인물로 등장하는 그랭구아르 씨가 어떤 존재적 특성을 가졌는가를 밝힐 때에 장자와 하이데거가 등장한다.
'만남3'는 가브리엘 마르케스, '꿈같은 세상, 꿈처럼 풀어내는 이야기 마술사'. '백년 동안의 고독', '이야기 하기 위해 살다'를 통해 놀라운 이야기꾼 마르케스를 새롭게 만날 수 있다.
'만남4'는 엔도 슈사쿠, '이해하고 또 이해하려는 깊은 마음의 눈'. '침묵', '6일간의 여행', '그림자' 등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집요하게 파헤치는 엔도 슈사쿠를 장자적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만남5'는 알베르 카뮈, '부조리한 세상에서 의미를 찾아 고뇌한 영혼'. 세상과 그에 속한 인간들이 부조리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려는 노력을 장자의 눈으로 또다시 해석한다.
지은이는 다섯 작가와 그들의 작품 속 인간들을 사유한다. 장자철학을 위시해 불교철학, 에픽테토스, 스피노자, 하이데거, 한나 아렌트, 보르헤스, 미셀 푸코, 비트겐슈타인, 조셉 캠벨, 레비스트로스, 마르셀 모스, 안토니오 그람시 등이 제시하는 개념을 가져와 작품 속 이야기와 인물을 다양한 관점으로 풀어낸다.
지은이의 마지막 고백이 이채롭다. "어느 길 하나 쉬운 것은 없다고, 쉽지 않으니 우리는 고뇌해야 한다. 그 고뇌 속에서 자기 만의 길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
288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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