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열망 보여준 TK민심, 한국당에 채찍들며 '반성'과 '개혁' 요구

입력 2018-06-14 01:47:39 수정 2018-06-14 02:53:42

대구경북민들은 이번 6`13 지방선거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에는 ‘희망’을 심어주는 동시에 자유한국당에는 매서운 ‘채찍’을 들었다. 대구시와 경상북도의 ‘수장’을 맡기는 데는 주저했으나 변화에 대한 열망으로 민주당에 많은 표를 몰아주며 ‘한국당 독식’의 지역 정치구도가 깨질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경쟁력 있는 인물 발굴`육성이라는 숙제를 민주당에 주며 ‘마음의 문을 열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대구경북은 한국당에는 반성과 변화를 요구했다. ‘보수 개혁’ 없이는 후년 총선에서 더욱 혹독한 결과를 맞을 수 있음을 엄숙하게 경고했다.

대구경북은 1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에 권영진, 경북도지사에 이철우 한국당 당선인을 선택하면서 4년의 미래를 맡겼다. 민주당 임대윤 대구시장 후보, 오중기 경북도지사 후보에게도 많은 표를 몰아주며 ‘선거에서는 졌지만 정치적으로는 승리한 선거’라고 격려했다.

민주당은 ‘대세론’과 ‘남북 화해’라는 키워드로 14곳의 광역단체장을 휩쓰는 저력을 발휘했으나 TK의 높은 벽은 이번에도 넘지 못했다. 대구경북은 전국적으로 몰아친 민주당의 거센 바람에 ‘변화’를 움켜쥐었으나 보수의 마지막 방죽마저 무너지는 것은 원치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 TK와 함께 보수의 큰 축을 자임했던 부산`울산`경남 소위 ‘낙동강 벨트’가 진보의 바람을 끌어안으면서, 보수의 터전은 TK만 남게 됐다.

대구경북은 보수 정당에 엄중한 경고를 보냈으나 다시 한 번 보수 재건의 기회를 줬다. 한국당은 대구경북민들이 어려운 결단으로 살려 놓은 ‘불씨’를 보수 개혁과 재건으로 이어가라는 명령을 받았다.

대구경북이 ‘외로운 섬’이 되지 않으려면 지역 정치권은 보수의 중심을 잡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분열과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진 보수를 화합하고 하나로 힘을 모아나가야 하는 크나큰 숙제를 풀어야 한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한국당은 그동안 견지해왔던 장점들은 유지`계승하고 진보 좌파가 주장하는 부분이라도 시대 흐름에 맞게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는 보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시작은 지역 정치권의 자숙으로부터 출발한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대구경북 정치권은 공천을 둘러싼 불협화음을 자초하며 진정한 지역 일꾼을 선발하기보다는 다가오는 21대 총선을 겨냥한 못된 버릇을 버리지 못했다. 대구경북민들은 이번 선거과정에서 한국당에 쉽게 손을 들어주지 않으며 지역민들의 이익이 아닌,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우선한 정치 관행의 퇴출을 요구했다.

대구경북민들은 민주당에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불모지’와 같았던 대구경북에서도 싹을 틔울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지역 발전을 견인할 우수한 인재 발굴과 육성에 매진하라는 숙제를 줬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대구경북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김부겸(당시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열풍, 지난 총선에서 수성구(김부겸)와 북을(홍의락) 두 의석을 안겨주면서 능력 있는 인사에 대해서는 마음을 열어줄 수 있다는 것을 알렸다”며 “비록 이번 선거에서는 때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신호를 줬지만 튼실한 씨를 뿌리면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진리도 일깨워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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