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싱가포르는 대체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다만 회담장인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 부근과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각 머무를 숙소 주변은 경비가 삼엄해 긴장감이 감돌았다.
센토사섬은 이날 오후까지 일반인의 출입에 특별한 제재가 없었다. 기자가 탄 택시가 섬 입구 톨게이트를 통과할 때 카펠라 호텔에 가는 이유에 대해 물어보기만 했을 뿐 보안검색없이 섬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센토사 섬을 잇는 다리와 모노레일 등도 정상적으로 운영됐고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에서도 평소와 같이 놀이기구를 타는 관광객을 볼 수 있었다.
회담장소인 카펠라 호텔 입구에는 경찰 검문 표지판이 내걸렸다. 입구에서 50m 정도 떨어진 곳까지 길 양쪽에 노란색 펜스를 설치됐다. 종종 경찰차와 식품, 장비 운반용으로 추정되는 트럭 몇 개다 검색대를 통과했다. 양쪽 출입구에는 각각 20여명의 경찰과 보안요원이 서서 취재진의 접근을 막았다. 길 건너편에서 펜스 틈으로 내부를 촬영하던 일본 주간지 기자 콘도 다이스케 씨는 "두 정상의 성격이 비슷해 회담 결과가 기대된다"면서도 "그러나 첫만남인만큼 비핵화나 종전선언까지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거리는 한산했다. 싱가포르에 입국한 두 정상이 지나가는 모습을 구경하려고 거리 곳곳에 몰려들거나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등 전날에 보였던 흥분된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았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과 금융지구로 사무실이 밀집한 래플스 플레이스 등에서는 북미회담 전망과 영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목격됐다.
두 정상이 머무는 세인트 레지스 호텔과 샹그릴라 호텔 주변도 보안이 더욱 강화됐다. 세인트 레지스 호텔은 가림막이 설치돼 내부를 볼 수 없었다. 이따금 북측 관계자들이 오가는 모습이 보였지만 어떤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두 호텔 근처의 버스승강장은 폐쇄됐고, 일부 시내버스는 앞유리에 '우회운행' 안내문을 붙이고 운행했다. 대학생 탄 치암 웨이(22)는 "불편은 오래가지 않는다"면서 "싱가포르가 세계적으로 중요한 회담을 개최하는 데 자부심이 더 크다"고 했다.
역사적 만남을 앞두고 싱가포르 현지에서의 분위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북미 양측에서 모두 회담 결과에 대한 기대감도 표출되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방문 소식을 비교적 상세히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10일 오전 평양에서 출발했으며 싱가포르에서 12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한다고 밝혔다.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의 '미래 동선'을 예고성으로 보도한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더구나 해외 체류 일정이라는 점에서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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